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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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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9일 03시 13분 등록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네전시회에는 관객이 참 많았습니다. 남녀노소 문전성시를 이루어 북새통인데, 가만히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측에서 저렴하게 대여한, 그림번호를 입력하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예술에 다가서려는 노력들이 감탄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까지 모두 이어폰을 하고 있고, 듣는 것을 독려하는 부모들을 보다보니, 조금 착잡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수준에서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할텐데, 그 소중한 교감의 순간을 설명이 가로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거지요. 인상주의니, 빛의 화가, 작가의 생애... 같은 지식이, 선과 색채와의 눈맞춤보다 중요한 것같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느낌, 굳이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움에 젖어보기, 나아가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자발적 욕구를 키우기보다, 암기위주 과시위주 교육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취하기 위해서는 와인을 마셔야지, 와인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림에 대한 지식이 그림을 알게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해석을 주입받는 것보다 감각의 촉수를 열고 느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직접 보고 느낀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경험해본 감각이 쌓여 나의 감성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벼려줍니다. 오감을 활짝 열어 세상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반응하는 사람이, 시장을 점령하고 미래를 이끄는 ‘감성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레퍼런스 두께가 곧 나의 두께입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레퍼런스 두께만큼만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삽니다.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입니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레퍼런스가 다르기 때문이죠. 똑같은 책을 봐도 느끼는 것은 다 다릅니다. 역시 각자의 레퍼런스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레퍼런스가 영화를 보는 것이고,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레퍼런스가 책을 읽는 것이죠. 레퍼런스란 책 뒤의 참고문헌과 같은 것입니다. 모든 책은 그 참고문헌만큼만 책입니다.”

-- 정진홍, “완벽에의 충동”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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