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 조회 수 320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7년 8월 16일 00시 05분 등록
한번은 오프라 윈프리쇼를 보는데,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이 나왔습니다. 유독 낙천적으로 보이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때 인생을 비관하여 기차에 몸을 던진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차는 그녀의 무릎 아래 두 다리를 뭉텅 잘라갔고, 그녀는 다시 살아남았습니다. 그때에야 살고싶어진 그녀는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아 열심히 살고 있노라고 말함으로써 좌중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만,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튼튼한 사지육신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목숨을 버리지 못해 안달이다가, 제 발로는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하게된 이후에야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아이러니에 대해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44세에 뇌졸중으로 전신마비가 됩니다. 온 몸가운데 오직 왼쪽 눈꺼풀의 감각만이 살아있습니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15개월동안, 눈꺼풀을 수없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환영처럼 눈부신 기억과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기술합니다. ‘식물인간’이라는 세간의 호칭에 대해, 자신의 지적 잠재력이 시금치나 당근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꼼짝못하게 마비된 몸은 마치 잠수복을 입은 것같이 부자유스럽지만, 그의 영혼은 나비처럼 자유롭습니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인간성의 새로운 경지를 확장한 그의 책 제목은 ‘잠수함과 나비’입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지요. 아직 시간이 많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런데 시간이 늘 풍부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날 접촉사고로 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튕기쳐나가는 순간, “이렇게 끝낼수는 없어” 하고 부르짖게 될수도 있고, 장 도미니크 보비처럼, 아주 나쁜 번호를 뽑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극한상황에 처해서만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진정 불행한 일일 것입니다.

당신이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가 뿌리깊은 허무의식이든, 관성에서 나오는 나태이든, 지상을 넘어서는 표적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자기중심성이든,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안타까워 할 ‘바로 그것’을 지금 하는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인생 그 자체가 의미입니다. 어쩌면 확실한 것은 ‘지금 여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한명석
2007.08.16 10:25:18 *.209.103.141
에고~~ 오타를 바로잡습니다.
위의 책은 "잠수함과 나비"가 아니고
"잠수복과 나비" 입니다.
어떤 분이 메일로 지적해주실 때까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잠수복'을 '잠수함'으로 바꿔썼듯이
우리는 얼마나 자동반응을 하고 있는걸까, 하구요.

프로필 이미지
김신웅
2007.08.19 02:06:33 *.47.91.179
잠수함!! ㅎㅎㅎ

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네요.

이 책은 저번에 정경아에 올라온 북 리뷰를 읽어서 그런가,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읽었나봐요.
참 재밌는 현상이네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6 [화요편지]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사용법 아난다 2019.06.11 815
4055 [화요편지]필살기, 가장 잘 할 수 있는 차별적인 전문성 아난다 2020.03.10 815
4054 화요편지 - 일요일밤에 코미디를 보는 이유 [2] 종종 2022.03.08 815
4053 백열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2기 나비들에게 [2] 재키제동 2017.07.14 816
4052 창업결정 전 5가지 셀프질문 (네번째) [4] 이철민 2017.08.31 816
4051 Business Tip - 당신의 자리. 문제없나요 [3] 書元 2017.11.04 816
4050 “노을치맥” 한번 해보실래요? file [2] 차칸양 2018.07.03 816
4049 [금욜편지 72- 크노소스 궁전- 미로 속에 갇힌 자유] [4] 수희향 2019.01.18 816
4048 [수요편지] 떠난 자리 [2] 장재용 2019.03.13 816
4047 춘래불사춘 [1] 운제 2019.04.05 816
4046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30. 독서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2 제산 2019.07.15 816
4045 [화요편지]9주차 워크숍_내 안에서 보물찾기 file 아난다 2019.10.22 816
4044 [금욜편지 23- 첫 책 출간] file [2] 수희향 2018.02.02 817
4043 가상화폐에 투자해서는 안되는 3가지 이유(마지막편) [2] 차칸양 2018.02.13 817
4042 목요편지 - 어머니의 자서전 [2] 운제 2018.04.19 817
4041 고인돌 [4] 제산 2018.05.14 817
4040 [화요편지]3주차 워크숍_내 안에서 가장 서럽게 울고 있는 그녀 file 아난다 2019.07.30 817
4039 [수요편지] 불안의 짐짝들에게 장재용 2019.10.23 817
4038 [라이프충전소] 스위트 스팟을 아시나요? [4] 김글리 2022.02.25 817
4037 [금욜편지 25- 1인회사 연구소 (상편)] [2] 수희향 2018.02.23 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