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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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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7일 18시 49분 등록

며칠 전 새벽이 밝아 오면서 구름들 사이로 유난히도 푸른 하늘이 걸려 있었습니다. 간밤에 돌풍이 불어 하늘에 걸린 지저분한 우수들을 모두 거두어 갔나 봅니다. 이윽고 해가 떠오르고 동쪽 하늘을 온통 물들이기 시작하는데, 그 날 그 해는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온 하늘을 다 붉게 색칠하기로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주위의 구름들이 모두 붉어지고 나는 숨 쉬기 조차 어려워 입을 벌리고 그 추이를 지켜보았습니다. 구름 밑으로 석양처럼 아침노을이 차오르자 어떤 아름다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하루 속으로 나는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나는 웃통을 벗은 채 데크에 뛰어 나가 누웠습니다. 여름답지 않은 청명한 바람이 살갗 위로 불어 가는 데, ‘내가 살아 있구나’ ‘내가 살아 있구나’ 얼마나 감탄하게 만들었는 지 모릅니다. 이윽고 해는 산위로 다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쳐다 볼 수 없는 눈부신 위용으로 날을 깨워 밝게 합니다.


문득 이 세상을 살며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고마워 할 일 특별한 일 축하해야할 일로 가득하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밀려들었습니다. 기쁨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얼핏 깨달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생긴 행운이 내게도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치 나에게 그 좋은 일이 생겨난 것처럼 온전하게 그들의 기쁨을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밀려들었습니다. 햇빛에게 좋은 일이 생겼구나. 그리고 그 기쁨이 구름에게도 붉고 상서로운 빛깔로 스며드는구나. 그 사람의 일이 내 일로 스며 그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될 수도 있겠구나. 바로 그 때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나는 경이로움이구나.


그 날 아침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도 그 구름들처럼 아침노을로 그렇게 아름다워졌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즐겁게 하고 여러분들도 기쁘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며칠 전 그 날 아침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당신도 보았는지요 ?


*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홍승완입니다. 구본형 소장님께서 오늘 편지 발송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런데 메일을 늦게 발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구본형 소장님께서는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3기 연구원들과 함께 해외 연수를 다녀오십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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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08.19 01:44:59 *.47.91.179
아하, 그 날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저는 실제로 보진 못했고 그날 저녁에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포스트의 제목이 '불타는 북한산'이어서 저는 처음에 단순하게 제목만 보고는 "북한산에 불났나?"하고 클릭해서 보게 되었는데 묘한 느낌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저번 주 금요일에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 날도 돌풍이 지나간 다음 날이었던 것 같은데 유난히 맑은 파란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더군요. 머리 속으로 상상만 해 오던 것이 현실에서 완벽하게 재현된 모습의 '진짜 뭉게구름'을 보는 듯해서 지켜보는 순간순간 정말 짜릿했던 것 같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하지만, 돌풍이 한 번 휘몰아치고 간 뒤에는 하늘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과 하얗고 폭신폭신한 뭉게구름 그리고 새파랗게 맑은 하늘로 자연은 우리들에게 감동과 황홀감이라는 멋진 선물을 안겨주나 봅니다.

그런데 한여름이라서 그런지 더위는 물러갈 생각을 안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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