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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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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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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일 08시 56분 등록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내가 형 나이 됐을 때, 형만큼 되면 좋겠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절친한 후배가 있습니다. 삼 십대 초반이니까 저와 약 십 년 정도 터울이 나는데, 저와 기질이 비슷해서 그런지 사람들을 치켜세우는 걸 자주합니다. 물론 듣는 저로서는 기분이 좋지만 그가 말한 것이 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연민임을 알기에 이내 손사래를 칩니다.

제가 그 후배의 나이였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저는 계속된 지방근무와 건강악화로 견디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지러움과 불안증세로 인해 출퇴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 속에는 커다란 분노의 불덩어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까칠하게 대했고 자주 공격했습니다. 암담한 나의 상황의 원인을 전부 남 탓으로 돌렸습니다.

우연히 기 수련을 하게 되면서 제 마음이 많이 정화되어갔습니다. 제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차츰 사람들을 관대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위대함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신실한 사랑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려는 마음이 용솟음쳤습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였습니다. 내 젊은 날의 분노와 욕망, 불안이 고요히 가라앉았습니다. 사춘기가 훨씬 지났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분명 성장이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을 청년, 장년, 노년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지도 모릅니다. 노년 속에 젊음이 있고, 청년 속에 늙음도 있으니까요. 인생이라는 것을 전체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저마다의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그냥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향기가 좋아지는 건 아니겠죠. 앞에서 말한 자신에 대한 돌봄, 관용, 기다림, 진실한 사랑이 있어야 그윽한 향기가 나지 않을까요? 나는 어떤 향기를 내면서 살고 있을까요? 나이 들어 가면서 인생에 대한 나만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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