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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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차로 부산에 왔습니다. 25년 전에 첫사랑과 같이 왔던 곳이군요.^^ 이번에는 딸과 함께입니다. 새벽 부산역사에서, 흘러간 영화포스터와 여배우 사진전을 봅니다. 옛 여배우들의 품격있는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버스를 타고 태종대에 갔습니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을 비롯해서, 나무가 참 좋습니다. 짙은 옥색의 바다로 빨려들어갈 것같아서 내려다보기가 겁이 납니다.
오랜만에 헌책방거리의 정취에 젖어보기도 했습니다. 오쇼 라즈니쉬의 책 한 권과 이왕주 산문집 ‘쾌락의 옹호’를 샀습니다. 국제시장은 그야말로 ‘국제적’이군요. 전형적인 시장풍경 사이로 불쑥불쑥 일본풍, 인도풍의 소품들이 고개를 내미는 식입니다. 딸아이와 나는 깔깔거리며 옷가지 하나씩을 골랐습니다. ‘국제시장’에서 산 옷이라는 추억이 하나 생기는 순간입니다.
부대시설이 풍부한 곳을 고르면, 찜질방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조용한 한켠에서 책을 보다가, DVD룸에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기대어 ‘스파이더맨’을 보았습니다. 오늘 고른 이 곳은 식당시설이 좋아서, 아침으로 먹은 구운 계란과 팥빙수, 점심으로 고른 제육덮밥이 모두 합격입니다.
마치 도보여행자처럼 많이 걸었습니다. 조금도 서둘지 않고 천천히 낯선 풍광에서의 일상을 즐겼습니다. 광안리의 야경과, 달맞이고개의 그리움과, 해운대의 아침바람을 모두 몸에 새겨넣었습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화살표를 따라 관람해 나가다가, 문득 딸애가 “화살표가 없다!”고 철학적인 탄성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제 스스로 결정하는거야? ”
문득 태종대에서 본 새가 떠오릅니다. 바람이 일렁이는 날씨였는데, 하늘 꼭대기에도 바람이 불고 있나 봅니다. 아까부터 새 몇 마리가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타고 있었거든요.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아도, 언제까지나 새들은 날개짓 한 번 하지않고, 유유하게 비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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