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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2년 12월 7일 06시 1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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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들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페인터라는 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첫시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재미난 실험하나를 소개하셨습니다. 산수만 하면 해볼 수 있는 실험이라면서 차근차근 따라오라하십니다.  1에서 9까지 숫자를 하나 선택하고 거기에  9를 곱하고, 그래서 나온 숫자들의 자릿수는 상관없이 그 2개의 숫자를 더해서 거기에서 5를 빼고, 그래서 나온 숫자를 알파벳의 문자로 바꾸라고 하셨습니다. 숫자가 1이면 A, 2면 B, 3은 C,4는 D, 5는 E,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나온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나라이름을 하나 생각하고, 그리고 나서 나라이름을 생각한 그 알파벳 다음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동물을 하나 생각하랍니다. 그리고 그 동물은 무슨 색깔인지 입니다. 어떤 답이 나올까요?

 

제 답은 덴마크의 회색 코끼리입니다. 대부분이 이렇게 답을 한다고 합니다. 덴마크 회색 코끼리가 아니라면, 독일, 독수리, 검정색 혹은 흰색. 가끔 도미니카 공화국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답이 거의 같은 답이라고 하시면서 주입식 교육의 함정이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그림그리는 사람이 생각이 갇히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다고 하면서 덴마크 회색 코끼리에서 벗어나라고 하십니다. 그림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많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부딪히게 되는 고민중에 다른 사람이 해결 못해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그릴까가 아니라 무엇을 그릴까입니다. 저처럼 학원에서 그림그리는 기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페인터라는 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기법은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그릴지는 알려 줄 수 없다고 하십니다. 각각의 툴의 사용을 툴의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서 배워볼 수는 있습니다. 패턴을 그려 넣는 것을 배우기 위해 악어나 이구아나 그리기를 배우거나, 수채화 기법에 사용되는 툴을 배우기 위해 인물을 하나 그려보자고 제안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질문, 무엇을 그릴까는 각자의 몫이라고 하시네요.

 

사실은 앞에서 소개한 실험은 함정이 있습니다. 처음에 어떤 숫자를 선택하든 결국은 D로 시작하는 나라이름을 생각하게 됩니다. 9의 배수의 합은 언제나 9가 되니까요. 우리는 모두 갖은 글자에서 시작하는 나라이름을 생각하게 되는데, 아는 나라이름이라고는 덴마크, 도이치, 도미니카 공화국입니다. 거기다가 선생님의 어떤 말 한마디에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이름을 생각하게 됩니다. 동물이름도 마찬가지 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름을 댄다거나 정확하지 않은 이름, 자신이 지어낸 이름 따위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처음에 숫자에 갇히고, 나중엔 영어 알파벳에 갇히고, 그런 후에는 자신이 아는 상식의 범위 안에 갇혀서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라 이름이 아니라 지명이였다면 많은 답이 나왔을까요? 이름을 대라고 하는 대신에 상상의 동물을 하나 생각해보고 그것에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붙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더 다양한 답이 나왔을거라 생각합니다. 나라이름 중에 도미니카 공화국처럼, 잘 알지못하는 어떤 이름을 2개정도 붙여서 혹은 누구의 이름을 따서, 혹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이름을 붙일 테니까요. 동물 이름도 상상한 것의 특징에 맞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겁니다.

 

무엇을 이란 것에 접근하는 것은 그것을 유도하는 쪽에 따라서 똑같은 대답이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답이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똑같은 답이 나오는 방법으로 12년 이상 배워왔습니다. 페인터일러스트를 가르치시는 학원 선생님께서는 그런 교육을 주입식교육이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우리가 주입식교육방법으로 배운 그 접근법으로 '무엇을'이란 중요한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는 그림을 뭘 그리냐하는 것도 거기에 포함되구요, 모든 사람에게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도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성취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누군가에 해주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뭔가 체험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이라는 말을 전제해두고 말입니다. 생각해낸 것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장소만 다르다거나 상표이름만 달라도 적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실행하기 어렵지만 10년 후쯤에는 가능할 수도 있는 것도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제약따위는 하지 않고 적었던 겁니다. 저는 140개를 넘게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10개를 추려내고, 또 그 10중에 3개를 추리고, 그리고 가슴이 아프지만 그 중에 딱 하나만을 선택하라 했을 때 잡아낸 것을 저는 제 꿈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골라낸 제 꿈도 단 몇 개의 말로 표현하면 덴마크 회색 코끼리처럼 리스트에 적힌 것이나 혹은 누군가의 리스트에 나오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건 말이란 것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그릴까라는 질문에 '사과'라고 답했다고 해봅시다. 화실에서 뎃생연습, 색깔 내는 것 연습으로 사과를 많이 그리는데요, 그러다보면 이제는 사과 지겨워 그만 그릴래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매일 사과를 그리는 것이 질리지 않고 그립니다. 아시죠, 그런 화가가 있었다는 걸. 세잔느가  그랬다나 뭐라나. 매일 사과를 그리면서 빛과 색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매일의 사과는 다른 사과였을지도 모르지요. 어느날 갑자기 조르바처럼 악마같은 눈을 번뜩이며 오, 이런 이건 정말 빨갛군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벽에 낙서를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아니 낙서 말구요, 아주 진지하게 '낙서'라는 생각없이 벽에 그림을 그려 보신 적 있으세요? 뭔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 아닙니다. 벽지를 요상하게 발라본 적은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벽에 진지하게 낙서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잘 하지요. 낙서가 아니라 그냥 그림을 그린 겁니다. 벽이 그림그리기 적당하게 크고 좋아서 그러는 거지요. 종이가 거기에 있어서 그리듯이 벽이 눈 앞에 띄여서 그러는 겁니다. 무엇을 그릴까라는 질문에 저도 갇혀서 회색코끼리가 되어버릴 때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그 회색 코끼리가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면 그때부터는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벽에는 그리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만 들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나아갑니다. 춤추는 코끼리가 그렇게 만듭니다. 벽에 뭔가를  하고 싶기도 하고, 같은 것을 그리더라도 다른 재료를 쓴다거나 혹은 일부를 왜곡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혹시 꿈이 덴마크 회색 코끼리처럼 보인다면, 그것에 접근하는 질문이 그렇게 보이게 유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갇혀 초라해보여서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데  힘이 빠지게 했을지도요. 오늘은 말에 갇히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해는 어떤 것과 비슷해야 한다는 혹은 실행가능해야 한다는 것들을 모두 집어치우고 그냥 한번 꿈이란 것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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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책을 읽다가....^^


교육은 개선*reforming이 아닌 탈바꿈transforming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탈바꿈의 열쇠는 교육을 표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 각각의 개인적 재능을 발견하고,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참된 열정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96. 엘리먼트)


*문맥상'개혁'보다는 '개선'이 나은 듯해서 번역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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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생각했다. 뭔말인지 몰라서... 그래도 transforming 상상해보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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