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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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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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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9일 08시 42분 등록
아내가 3박 4일 동안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포도단식을 통한 체질 개선과 혼자만의 시간 갖기. 그 동안 무척 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는데 뒷바라지 신경 쓰지 말고 갔다 오라고 했습니다. 막상 갈 때가 되니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지 이것저것 챙겨주는 데 제대로 기억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제 짧은 기간이나마 평소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제가 두 딸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땡~’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압력밥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3분 카레를 만들어 아이들과 오순도순 식탁에 둘러 앉아 아빠가 모처럼 해주는 어설픈(?)밥을 먹었습니다. 막상 해먹으려고 하니 먹는 게 보통 성가신 게 아닙니다. 설거지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걷고 나니 고단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아이들을 재워 놓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위스키 한잔 하고 잠을 청하는데 웬걸, 문풍지에 황소바람 들어오는 듯 휑합니다.

며칠 후, 아내가 오는 저녁에 비가 왔습니다. 아이들과 우산을 들고 전철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가을 냄새 향긋한 국화 꽃 한 다발을 사고 ‘보고 싶었다’는 간단한 편지를 아이들과 하나씩 적었습니다. 아내는 관장을 해서 그런지 다소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우리를 보자마자 이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집에 와서 이곳 저곳을 살피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잔소리를 합니다.

“내가 없으니까 어때? 살만해?”
“아니…never”

아내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 한 주였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옆에 없으니 허전합니다. 불편하고 가끔 서글프기도 합니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려서 가끔 화도 냈는데 괜히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없어 봐야 그 빈자리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의 깊이와 넓이로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살갑게 살아갑시다. 어느 노랫말처럼 있을 때 잘합시다. 후회하지 말고.

“나, 이번 주까지 포도단식 하려고 하는데 주말에 같이 할래?”
“헉, 나 배고픈 거 잘 못 참는 거 알잖아”

아직 저의 시련은 끝나지 않은 듯합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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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10.29 10:38:51 *.75.15.205
아우님, 포도밥 해서 토끼들이랑 여우랑 맛나게 드시게나. 포도밥이 좋은 거여. 어째 입술에 침바르고 하는 말 같어. ㅋㅋ 그려. 있을 때 잘 하시게나. 멋진 그대덜. 덜. 덜 킁킁 이게 뭐야? 왠 깨볶는 냄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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