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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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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5일 09시 07분 등록
저는 ‘갑’(돈을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을’(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만 십 오 년 동안 지겹게 해온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의 온갖 핍박(?)과 횡포를 견뎌내는 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술 접대부로, 자발적(?)휴일 근무를 하는 잡부로 생존해야만 했습니다. 지방근무를 할 때는 갑에게 억울하게 멱살도 잡히고 폭행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죽어도 다음 세상에는 을로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참으로 갑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품삯을 위해 분을 삭이거나 갑을 제압할 강한 전투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한강의 잿빛 야경과 가을 하늘이 절묘하게 함께 시야에 들어오는 고층 바에서 대학 동창들과 정말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이야깃거리는 여전합니다. 잠시 대학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 웃다가 이내 대화의 주제가 먹고 사는 것으로 흘러갑니다. 사업을 하고 있고, 또 사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제가 참 편하게 돈 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옛말에 다른 사람의 옷을 얻어 입으면 그 사람의 우환을 가져야 하며, 다른 사람의 밥을 얻어먹으면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갑과 을이 공생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제가 일을 하면서 화두처럼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얻은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갑이 나한테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먼저 나의 실력을 키우자. 내가 뛰어나야 최소한 대등한 위치가 된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돈 아깝다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야 한다.’

프로젝트 말미에 갑과 을의 전세가 역전되는 경험도 많이 보았습니다. 갑은 자본을 갖고 있지만 을은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때 갑과 을은 무의미하며 철저하게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할 수 있습니다.

일에는 수혜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수혜자가 바로 고객입니다. 언제까지 갑만 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갑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고객(최소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어야 합니다. 고객을 생각한다면 일을 하는 우리 모두는 을입니다.

택시를 타고 한강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가로지르는데 문득 저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면서 가슴에 새겨야 할 하나의 원칙이 머리 속을 스쳐갔습니다.

‘나는 을이지만 을이 아니다. 갑 같은 을이다. 갑처럼 생각하는 영원한 을이 될 것이다.’

먼저 영원한 갑이신 아내의 지속적인 스폰서를 받아내는 연습부터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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