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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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10년 전 책을 다시 펴내며 내게 개정판 서문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 그 책이 나에게 또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써 두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의 비유로 인생을 말한다면 삶이란 한 권의 책과 같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책’을 펼칠 때 차마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동이 없다면 그 삶이 좋았다 말하기 어렵다. 세월이 지난 내 책을 보며 나는 이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던 그렇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탐험이 없는 인생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은 없다. 나를 실험하고 싶었고 나를 누르는 세상 이야기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시시포스 Sysiphos 의 신화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내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를 굴려 올려 정상에 가까워지면 그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 굴러 떨어진 돌을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운명적 형벌이 매일 반복된다는 이 신화의 틀을 깨부수지 않고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바위를 굴려 올리기 시작하자 내 속에 있는 어떤 위대한 것이 소리쳤다.
“오늘을 바위가 다시는 굴러 떨어 지지 못하게 하는 첫 번 째 날로 만드리라“
정상에서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려 했다. 그때 내가 외쳤다.
"오늘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 떨어진다면 나는 다시는 계곡 밑으로 내려가 돌 을 굴려 올리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자 돌은 멈춰섰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면 내일의 형벌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윽고 내 뇌의 시넵스를 지배하던 마법의 주술이 플렸다. 나의 머리를 통제하던 시시포스의 신화는 파괴되었다. 더 이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지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굴리던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 그동안 넘어 온 산들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삼았다."
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날입니다. 호라티우스의 ‘송가’ 11편 속에 나오는 것처럼 ‘내일을 믿지 말고 오늘의 열매를 따는 데’ 나는 몰두하고 싶습니다. Carpe diem !
*공지사항
11월 14일 저녁 직장인의 행복을 위한 강연과 축제, '레인보우 파티'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bhgoo.com)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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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의 비유로 인생을 말한다면 삶이란 한 권의 책과 같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책’을 펼칠 때 차마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동이 없다면 그 삶이 좋았다 말하기 어렵다. 세월이 지난 내 책을 보며 나는 이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던 그렇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탐험이 없는 인생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은 없다. 나를 실험하고 싶었고 나를 누르는 세상 이야기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시시포스 Sysiphos 의 신화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내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를 굴려 올려 정상에 가까워지면 그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 굴러 떨어진 돌을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운명적 형벌이 매일 반복된다는 이 신화의 틀을 깨부수지 않고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바위를 굴려 올리기 시작하자 내 속에 있는 어떤 위대한 것이 소리쳤다.
“오늘을 바위가 다시는 굴러 떨어 지지 못하게 하는 첫 번 째 날로 만드리라“
정상에서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려 했다. 그때 내가 외쳤다.
"오늘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 떨어진다면 나는 다시는 계곡 밑으로 내려가 돌 을 굴려 올리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자 돌은 멈춰섰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면 내일의 형벌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윽고 내 뇌의 시넵스를 지배하던 마법의 주술이 플렸다. 나의 머리를 통제하던 시시포스의 신화는 파괴되었다. 더 이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지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굴리던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 그동안 넘어 온 산들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삼았다."
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날입니다. 호라티우스의 ‘송가’ 11편 속에 나오는 것처럼 ‘내일을 믿지 말고 오늘의 열매를 따는 데’ 나는 몰두하고 싶습니다. Carpe di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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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저녁 직장인의 행복을 위한 강연과 축제, '레인보우 파티'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bhgoo.com)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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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Carpe Diem" - '죽은 시인의 사회'란 영화를 보고 처음 그 단어를 들었습니다. 그 후로 주문을 외듯이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에 하나로 늘 간직해온 말이지요. 실은 오늘 부산에서 엄마의 오랜 친구분이 오셔서 식구들과 다함께 맛집 찾으러 간다고 횡성에 다녀왔습니다. 길이 막히자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 든 CD를 틀고 올라오는 길이었는데요, 노래 제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경쾌한 리듬에 주된 가사는 '~~ 나머지 인생 잘해 봐야지~' 였습니다. 전반적인 노래 내용은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건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나머지 인생 잘 살아보자' 뭐 이런거였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는 다 같이 이구동성으로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현재를 열심히 살자'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오늘 구본형 선생님 글에서도 같은 말이 나와서 또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걸 잊게 되는 '현재'도 많지요^^
'레인보우 파티'는 저도 동참해서 구본형선생님을 비롯하여 초아선생님의 생생한 강의까지 꼭 듣고 싶지만, 이번주에 회사에 중요한 일이 많아서 여의치 않을거 같습니다. 그래두 혹시나 사정이 달라지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레인보우 파티'는 저도 동참해서 구본형선생님을 비롯하여 초아선생님의 생생한 강의까지 꼭 듣고 싶지만, 이번주에 회사에 중요한 일이 많아서 여의치 않을거 같습니다. 그래두 혹시나 사정이 달라지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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