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313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7년 11월 23일 07시 33분 등록

나는 만년필을 좋아합니다. 글을 쓰기 전부터 그랬습니다. 글쟁이에게 속하는 어떤 취향이 원래 있었던 모양입니다. 애정이 있다 보니 이래저래 몇 개가 생겨 내 필통 속에 여러 개 누워 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잘 쓰지 않습니다. 작업을 거의 전부 컴퓨터로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그렇게 누워 있는 것들이 가여워서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 해바라기 노트북을 꺼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그저 아직도 잘 써지는지 보려고 그냥 하얀 백지 위에 끄적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지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보다 더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 일이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이다.

만년필은 아주 잘 써집니다. 푸른색 잉크가 흰 백지 위를 달리며 만들어 둔 기호들이 모여 돌연 의미를 전달합니다. 갑자기 흰 백지 위에 햇살이 빛나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기쁨으로 가득해 집니다.

환한 햇살 속에 모든 것이 정지하고 온 우주가 몰려들어 나는 황홀함 속에 앉아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밀려듭니다. 서로 교류하고 통하고 연결된다는 교감이 온 몸의 실핏줄 하나하나의 끝까지 통쾌하게 전진합니다. 만년필 한 자루가 내 몸 속의 모든 것들을 깨어 놓습니다. 삶을 위한 모든 전투의 여신들이 깨어나 듯 늘어진 핏줄 속으로 싱싱한 피들이 몰려들며 외쳐댑니다.

사랑하라. 지독하게 사랑하라. 삶은 꽃과 같으니 오늘의 꽃은 오늘 따야함을 잊지 마라.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7.11.24 08:37:09 *.72.153.12
갑자기 가족이 몹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6 [일상에 스민 문학] -자살한 커피왕, 강훈 대표님께 [2] 정재엽 2017.08.02 1451
1555 내 상호를 알리고 있는가! 이철민 2017.08.03 1085
1554 백열세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10대 풍광 [2] 재키제동 2017.08.04 1264
1553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6편) 차칸양 2017.08.08 988
1552 [수요편지 11- 무의식의 춤] [4] 수희향 2017.08.09 926
1551 [일상에 스민 문학] - 여름 휴가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file 정재엽 2017.08.09 1169
1550 창업 결정 전 5가지 셀프 질문 (첫번째) 이철민 2017.08.10 1125
1549 말하지 않는 대화의 기술 [3] -창- 2017.08.12 823
1548 그림으로 말해요 – 세 번째 이야기 file [4] 제산 2017.08.13 922
1547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7편) 차칸양 2017.08.15 1019
1546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철에 만난 야생과 광기의 밤 file [6] 정재엽 2017.08.16 914
1545 창업 결정 전 5가지 셀프 질문 (두번째) [4] 이철민 2017.08.17 1003
1544 다시 시작입니다 [2] 書元 2017.08.19 806
1543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 [1] 옹박 2017.08.21 883
1542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최종편) [6] 차칸양 2017.08.22 1043
1541 [수요편지 12- 니체식 변화경영] [6] 수희향 2017.08.23 1115
1540 창업결정 전 5가지 셀프질문 (세번째) [4] 이철민 2017.08.24 896
1539 백열네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이탈리아 여행후기 [6] 재키제동 2017.08.25 1031
1538 모자라는 즐거움 [2] -창- 2017.08.26 744
1537 엄마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3] 제산 2017.08.28 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