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 조회 수 3377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인생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네. 거대한 희생이나 의무보다는 작은 미소와 즐거운 말들이 우리들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네.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된다네. 시간이 지나 인생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커다란 놀라움을 보여준다네.
- M. R. 하트먼
종종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허와 불안한 마음이 용솟음칠 때가 있습니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겨울 잠을 자던 불곰이 깨어나 온 몸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습니다. 주역에서는 밝은 기운이 하늘로 뻗지 못하고 어둠에 갇혀있는 시기를 ‘명이(明夷)’ 로 표현하는 데 제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마흔 홍역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차라리 어둠 속에서 배회했으면 좋겠는데 롤러코스트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보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이 놈의 정체를 파악해보고 싶었습니다. 조용히 제 자신과 마주했습니다.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그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 아내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아이들 가르치는 건 어떻게? 부모님 부양은 어떻게? 이런저런 고민이 가득합니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 것이 그리 재미가 없고 시들시들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만사가 귀찮고 부질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꿈이 희미해지고 점점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내세워서 오늘 할 일을 흐리게 했으며 현실이 미래를 갉아 먹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술 한잔하면서 ‘왕년에는 안 그랬는데, 그 시절이 좋았는데’라는 푸념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경우가 제법 있었던 것입니다.
하트먼의 명언을 다시 음미하며 출발은 언제나 지금 여기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삶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작고 소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 바라보고 큰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작은 것들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대시절 행군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완전군장을 하고 수십 킬로를 걸었습니다. 눈물 없이는 넘어가기 힘들다는 지옥의 깔딱 고개를 눈 앞에 두고 조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 고개를 보고 걷지 마라. 그러면 힘들어서 절대 넘어갈 수 없다. 바로 지금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다음에 내쉴 호흡만 생각하라.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지금의 의미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당면한 이 곳에서 모든 감각과 촉수를 열고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금’에 대한 성실함이 뿌듯하고 보람찬 어제를 만들어가면서 시나브로 아름다운 미래를 선물할 것입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출근길, 발걸음에 맞춰 호흡하면서 지금 여기가 인생의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 사랑과 우정을 나눕시다. 진하고 찡하게.
IP *.189.235.111
- M. R. 하트먼
종종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허와 불안한 마음이 용솟음칠 때가 있습니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겨울 잠을 자던 불곰이 깨어나 온 몸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습니다. 주역에서는 밝은 기운이 하늘로 뻗지 못하고 어둠에 갇혀있는 시기를 ‘명이(明夷)’ 로 표현하는 데 제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마흔 홍역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차라리 어둠 속에서 배회했으면 좋겠는데 롤러코스트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보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이 놈의 정체를 파악해보고 싶었습니다. 조용히 제 자신과 마주했습니다.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그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 아내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아이들 가르치는 건 어떻게? 부모님 부양은 어떻게? 이런저런 고민이 가득합니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 것이 그리 재미가 없고 시들시들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만사가 귀찮고 부질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꿈이 희미해지고 점점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내세워서 오늘 할 일을 흐리게 했으며 현실이 미래를 갉아 먹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술 한잔하면서 ‘왕년에는 안 그랬는데, 그 시절이 좋았는데’라는 푸념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경우가 제법 있었던 것입니다.
하트먼의 명언을 다시 음미하며 출발은 언제나 지금 여기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삶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작고 소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 바라보고 큰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작은 것들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대시절 행군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완전군장을 하고 수십 킬로를 걸었습니다. 눈물 없이는 넘어가기 힘들다는 지옥의 깔딱 고개를 눈 앞에 두고 조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 고개를 보고 걷지 마라. 그러면 힘들어서 절대 넘어갈 수 없다. 바로 지금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다음에 내쉴 호흡만 생각하라.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지금의 의미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당면한 이 곳에서 모든 감각과 촉수를 열고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금’에 대한 성실함이 뿌듯하고 보람찬 어제를 만들어가면서 시나브로 아름다운 미래를 선물할 것입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출근길, 발걸음에 맞춰 호흡하면서 지금 여기가 인생의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 사랑과 우정을 나눕시다. 진하고 찡하게.
댓글
4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9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9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9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3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6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5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