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318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7년 12월 14일 08시 10분 등록

피아노 한 대가 큰 무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습니다. 한 사내가 무대로 걸어 나옵니다. 청중을 향해 인사를 합니다. 어딘지 조금 어색하고 수줍어하는 듯합니다. 이 사내가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산처럼 편안하게,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이윽고 짧은 정적이 지나고 곡이 흐릅니다. 새가 날개를 펴고 끝없이 푸른 창공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돌연 까마득한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합니다. 개울물이 소리 내어 흐르는 듯 정답더니 꽃이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적막이 흐르다 돌연 번개와 천둥이 쏟아져 내립니다. 장작으로 건반을 패듯 격렬한 한 때가 지나고 땀이 흥건한 가운데 감미로운 바람이 스치고 삶은 이내 평화로워 집니다. 사랑이 귀밑의 속삭임을 지나 온 몸을 감싸고 향기처럼 지나갑니다.

이 모든 퍼포먼스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백건우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 곡 전곡을 7일에 걸쳐 나누어 연주합니다. 그의 시대 사라진 소리들을 2007년 12월 서울로 모두 불러 들였습니다. 음악은 허공에 사라진 소리들을 초혼처럼 다시 불러들이는 작업이니까요. 그의 연주가 나를 기쁨으로 열정으로 환희로 그리고 고요함으로 온통 휘몰아 넣었습니다.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이 평생 그 재능을 땀 흘려 수련하면 영혼을 감읍하게 하는군요.

지난 일주일은 ‘나는 무엇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까 ?’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날들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스스로 작가라고 불러도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음악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한 한 주일이었습니다. 참 좋은 일주일이었습니다.

* 공지사항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 , 10년 전 두 권의 책 개정판이 출간 되었습니다. 하나는 나를 혁명하게 한 책이었고, 또 하나는 내 혁명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게 해준 책입니다. 10년이 지나 이 책들이 ‘독자에게 무엇이었는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제자
2007.12.14 11:00:39 *.75.15.205
사부님께서는 영혼을 감읍하는 글을 쓰시오며, 또한 일상적 취향으로 응축시켜 증명해 내고 계시오니 저희가 머리숙여 감읍하옵니다.

세인들의 기다림과 열망 속에, 두 권의 개정판이 더욱 환한 모습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답니다. 더불어 사부님의 염원이신 변.경.연의 아름다움은 쭈욱~ 계속 될 것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4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어니언 2024.12.26 951
4353 엄마, 자신, 균형 [1] 어니언 2024.12.05 977
4352 [수요편지] 발심 [2] 불씨 2024.12.18 1015
4351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불씨 2025.01.08 1017
4350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에움길~ 2024.08.20 1054
4349 [수요편지] 형세 [3] 불씨 2024.08.07 1083
4348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불씨 2024.08.21 1108
4347 [목요편지] 흉터 [2] 어니언 2024.07.11 1124
4346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어니언 2024.10.24 1129
4345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어니언 2024.08.22 1150
4344 [책 vs 책] 무해한 앨리스 화이팅! file [2] 에움길~ 2024.07.22 1153
4343 새로운 마음 편지를 보내며 [4] 어니언 2024.07.04 1159
4342 [월요편지] 세상이 분노가 가득한데 [1] 에움길~ 2024.07.08 1159
4341 [수요편지] 행복 = 고통의 결핍? 불씨 2024.07.10 1163
4340 [목요편지]’호의’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때 [4] 어니언 2024.07.18 1163
4339 [내 삶의 단어장] 알아 맞혀봅시다. 딩동댕~! [1] 에움길~ 2024.07.30 1170
4338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어니언 2024.12.19 1175
4337 [책 vs 책] 어디든, 타국 [1] 에움길~ 2024.08.26 1177
4336 [수요편지] 성공의 재정의 [2] 불씨 2024.07.03 1180
4335 [수요편지] 불행피하기 기술 [3] 불씨 2024.07.17 1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