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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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믿지 않아. 신이 바로 우주이고 우리는 그 안에 있지. 그 신을 여신 혹은 어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안에 깃든 여성성처럼,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란다. 우리가 사랑과 기쁨으로 일상을 꾸려갈 때, 모든 것은 고통이 아니라 ‘창조’를 드높이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게 될 때, 그분은 늘 우리와 함께한단다."
- 『포르토벨로의 마녀』에서 어머니 릴리아나가 딸 아테나에게
『연금술사』로 유명한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읽었습니다. 역시 코엘료구나 라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함께 등장인물을 통해 주인공의 행적을 설명하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습니다.
이 책은 ‘아테나’라는 한 비범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매혹적인 춤을 추고 글을 쓰면서 영적인 소통을 하고, 치유의 기적을 행하고, 불꽃처럼 타올랐다 홀연히 사라져간 ‘마녀’같은 존재입니다. 코엘료는 그녀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여성성’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책 후반부에 그는 “아테나는 내 안의 여성성, 그리고 자비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라고 말합니다.
지난 날 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한 마디로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보살펴주어야만 하는 연약한 존재이나 어머니는 햇빛처럼 따뜻하고 바다와 같이 넓어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강함은 남성성이고 약함은 여성성이었습니다. 이중적인 시각이었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내 안의 여성적인 면이 고개를 드는 걸 용납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깃든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남성성과 여성성, 두 가지를 다 갖고 있습니다.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는 중년이 시작되면 남자는 내분비계통에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예민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하고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 살아납니다. 여성적인 면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특히 올해 증상이 더 심해진 듯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을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기도 합니다. ‘병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메신저를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하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해졌나’하는 당혹감이 들기도 하다가도 ‘진짜 사는 게 이런 게 아닌가’라는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성성의 발현은 남자가 여성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여성과 남성을 대립적으로 보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늘의 시대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갖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남성이라 하여도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 자기 안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소 로맨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 억눌려있던 남성성과 여성성을 일깨워 멋지게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일생을 걸만한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남성들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해 관심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의 여성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제 자신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제 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저에게 일어난 변화를 잘 음미해봐야겠습니다. 자각하고 한 걸음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중년 남성의 눈물과 수다는 내가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멋있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저만의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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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토벨로의 마녀』에서 어머니 릴리아나가 딸 아테나에게
『연금술사』로 유명한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읽었습니다. 역시 코엘료구나 라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함께 등장인물을 통해 주인공의 행적을 설명하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습니다.
이 책은 ‘아테나’라는 한 비범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매혹적인 춤을 추고 글을 쓰면서 영적인 소통을 하고, 치유의 기적을 행하고, 불꽃처럼 타올랐다 홀연히 사라져간 ‘마녀’같은 존재입니다. 코엘료는 그녀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여성성’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책 후반부에 그는 “아테나는 내 안의 여성성, 그리고 자비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라고 말합니다.
지난 날 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한 마디로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보살펴주어야만 하는 연약한 존재이나 어머니는 햇빛처럼 따뜻하고 바다와 같이 넓어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강함은 남성성이고 약함은 여성성이었습니다. 이중적인 시각이었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내 안의 여성적인 면이 고개를 드는 걸 용납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깃든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남성성과 여성성, 두 가지를 다 갖고 있습니다.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는 중년이 시작되면 남자는 내분비계통에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예민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하고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 살아납니다. 여성적인 면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특히 올해 증상이 더 심해진 듯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을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기도 합니다. ‘병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메신저를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하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해졌나’하는 당혹감이 들기도 하다가도 ‘진짜 사는 게 이런 게 아닌가’라는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성성의 발현은 남자가 여성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여성과 남성을 대립적으로 보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늘의 시대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갖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남성이라 하여도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 자기 안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소 로맨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 억눌려있던 남성성과 여성성을 일깨워 멋지게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일생을 걸만한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남성들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해 관심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의 여성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제 자신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제 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저에게 일어난 변화를 잘 음미해봐야겠습니다. 자각하고 한 걸음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중년 남성의 눈물과 수다는 내가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멋있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저만의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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