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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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꼬는 함께 타고 온 씨앗과
나무에게 건네 받은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는 빗물을 타고 똥차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뿌꼬는 이상한 덩어리들과 함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미끄러지다가 넓은 공간에 나왔을 때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퍼덕'하며 뿌꼬는 엉덩방아를 찍었다. 주변의 울퉁불퉁 덩어리들이 뿌꼬를
바라보았다. 뿌꼬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밝게 보이는 덩어리가 말을 했다.
"넌 어디로 가는 거니?"
"꿈을 찾아 지구를 여행 중이야. 내가 사는 행성에서는 꿈이 존재하지 않거든. 뿌꼬라고 해. 넌 누구니?"
"난 인간의 몸에서 나온 찌꺼기야. 응가, 똥, 대변이라고 부르지. 다들 더럽다고 코를 싸매거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 자기들 몸 안에서 나온 것들인데 말이야."
"인간의 눈으로 보면 우리 행성의 생명들도 쓸모 없는 돌처럼 보일 거야. 나도 처음엔 딱딱하고 못생긴 돌과 같은 모습이었거든. 하지만 지구에서 찾아온 씨앗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지. 지금 나의 모습으로 말이야. 그리고 지구의 꿈을 보여주었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어."
"처음 지구를 여행하는 네 마음을 알 것 같아. 많이 낯설고 힘들거야. 나도 인간에게 처음 떨어져 나왔을 때 세상에 버려진 느낌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신비한 힘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걸 알게 되었지. 내가 분해되면 흙이나 물이 되어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 가는 거였어. 분리되어 영원히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을 알게 된 거지.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 때 알았어. 그 신비한 힘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야.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던 거야"
뿌꼬는 씨앗이 지구를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씨앗의 온기가 느껴져 왔다. 하지만 차가 흔들리면서 똥 덩어리의 형체가 사라져갔다.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안에는 인간들의 먹은 음식물 찌꺼기 뿐만 아니라 생각과 꿈들이 함께 묻어있었던 거야. 그 꿈이 나와 연결시켜 주고 있었던 거지. 이번이 몇 번째 여행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수 많은 여행을 한 것 같아. 이번엔 너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주겠니?"
"그래, 너와 함께 라면 행복할 것 같아"
뿌꼬는 똥 위에 씨앗을 올려놓았다. 씨앗은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너무 눈부셔서 뿌꼬는 눈을 잠시 감았다. 씨앗이 처음 찾아왔을 때 기억을 떠 올렸다. 자신의 몸에 닿는 순간,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간 기억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었다. 눈을 뜨자, 뿌꼬는 어느 소년이 씨앗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뿌꼬에게 씨앗을 건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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