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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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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1일 11시 12분 등록

인명의 변화가 있습니다.

김이상

노 원

고서연 고서연

(헬레네) 하레나

(베아트리체) 반다해

짐머만 교수 유일권 교수

오다 손 혁

에이브러험 백린기

추종수

대니얼 허지만

 

<이미 많은 인물이 나오고 있군요.@,@ 괄호는 앞으로 등장할 사람들입니다.>

 

리히터의 정리 (그대로) "리히터의 정리"

 

 

"이게 뭐야?"

이상은 원이 내미는 종이 꾸러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네 거야. 전에 책상 위에 던져뒀던 거"

 

이상은 그제서야 자신이 유일권 교수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논문임을 알아보았다. L의 정리. 이상은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책상 앞으로 몸을 돌렸다. "그게 왜 너한테 있냐?"

"꽤 쓸만하던데, 정리를 잘했더군. 이걸로 다시 유일권 교수에게 가져가 보지 그래?"

"이미 보여줬고 퇴짜 맞았어."

"그건 연구원을 퇴짜 맞은 거잖아. 논문은 아직 유효해."

 

이상은 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원은 싱긋 웃으며 이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상은 반사적으로 노원의 손을 툭 쳐냈다. 원이 말했다.

"이 논문 레포트로 시험을 대체해달라고 해."

 

"… …"

"너도 알다시피 C+은 학점에 치명적이잖아? 그 점수만 아니면 이번 학기는 아슬아슬하게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상은 노원의 말에 아랫입술을 말아삼켰다. 과연 그렇다. 그 망할 C+만 아니라면그러면 장학금이라도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네가 보기에도 괜찮아?"

노원은 양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 했다. "뒷부분은 내가 조금 손보긴 했어."

"네가 손을 봤다고?"

이상이 놀라자 노원은 손을 휘휘 저으며 괘념치 말라는 제스쳐를 보냈다. "그저 양식을 조금 손 본거니 신경쓰지 마." 이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뒷페이지를 뒤적여보았다.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토의 부분, 주석을 포함해서... 원은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스마트폰 게임을 계속했다. 이 미친 녀석도 꽤 쓸모가 있네. 이상은 생각이 난 김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원이 눈동자를 들어 흘끗 쳐다보았다.

 

 

과연 유일권 교수는 최소한의 융통성이 있는 사람일까? 이상은 다시 유일권의 교수실 앞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뜨악했다. 그러나 결국 문을 두드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의 막상 유 교수의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유유한 표정을 보자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 김 군. 무슨 일인가?“

"교수님, 이번 학기 학점 때문에 논의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유 교수는 이상의 이의 제기에 선뜻 안쪽 책상 앞 시험지 뭉치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자네의 답변 중 오류가 어디에서 있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나? 전 시간에 문제 풀이는 충분히 했던 것 같은데."

 

"네 교수님, 그런게 아니라사실은 제안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상은 가만히 자신의 논문을 교수 앞에 내밀었다.

 

"레포트로 시험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조금 의외의 제안이다. 유일권은 한숨을 한 번 길게 쉰 후 이상에게 손짓으로 레포트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전의 그 논문이군 그래?” 유일권은 논문을 알아보곤 대충 몇 장을 넘기면서 말했다. “자네 이번 시험 학점이 얼마지?”

 

“...C+입니다.”

 

그래? 그러면... 이 레포트가 더 나은 점수일거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

 

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유일권은 흥미롭다는 듯이 페이퍼를 책상 한 구석으로 던져두었다. “알겠지만 시험은 형평성이 중요해. 자네가 노력한 것을 높게 평가해서 B-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군.”

 

감사합니다, 교수님.”

 

대신, 저 논문을 학회지에 올릴 수 있다면 말이야...”

 

“... ...”

 

학회에 신청을 해보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학점 변경을 생각해보지.”

 

...”

 

, 자신없나? 논문에는 지도교수 이름도 들어가는 거야. 내 위신도 있으니 한 번 더 정리 잘해서 제출하도록 해. 떨어지더라도 체면은 서야지.”

 

이상은 말없이 고개를 까딱 내렸다가 그대로 교수실을 나왔다. 감사한 일이다. B-라니... 씨발... 유일권 교수의 본심은, 그러니까 확실히 밟아버리려는 것이다. 뭣도 아닌 존재들의 자만심을. 그것이 유 교수의 지극한 즐거움인 듯 보였다. 범상한 학생의 논문을 학회에 보낸다. 그리고 여지없이 탈락한다. 봤지? 이게 바로 현실이다. 그러니 조금 더 분발하도록...? 혹은 현실을 직시하도록...? 현실을 더 빨리 직시할수록 너의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김이상은 오늘 유 교수를 찾아간 일이 조금씩 후회되기 시작했다.

 

 

 

 

 

 

 

 

며칠 뒤.

 

유 교수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연구원들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있었다. 오전 동안 진행한 실험의 오차에 관하여 백린기와 토의 중이었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학회장의 전화였다.

 

교수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드디어 성공하셨더군요!”

 

? 학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제출한 논문 말입니다. 정말 획기적입니다! 리히터의 정리를 거의 다 푸셨더군요!”

 

유 교수는 벙벙한 표정으로 앞의 일원들을 초점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교수의 머리에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김이상의 논문? 설마?

 

학장님... 도대체 무슨 논문을 두고 말씀하시는건지...?”

 

, 참 유 교수님 유머감각이 남다르시군요, 하긴 워낙 많은 논문을 내시니... 1저자로 김이상이라는 대학원생을 써낸 그 논문 말입니다!”

 

식탁이 밀리고 네 개의 식판이 꽹과리 같은 소리를 냈다. 부지불식간에 벌떡 일어선 유 교수는 그 길로 자신의 교수실로 숨이 턱에 차게 뛰어갔다. 김이상의 논문... 아직 쳐박혀 있다. 그 자식, 정말로 학회에 제출해버린 모양이군! 유일권은 허겁지겁 논문들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분명 그저 그런 리뷰 논문이다. 그런데...

 

“... ...”

 

유 교수는 거의 끝장에 추가된 세 줄의 코딩을 다시 천천히 쳐다보았다. 선뜻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해법이다. 유 교수는 가만히 책상에 앉았다. 설마 이런 코딩이 해법을 유도한단 말인가... 프로그램을 켜고, 코딩을 시도하였다.

 

>>> true.

 

컴퓨터 모니터의 잔상이 얼굴에 파바박 부딪친다. 유 교수는 석고처럼 굳은 채 true를 한 동안 쳐다보았다. 순간 헛것이라도 본 듯 화들짝 깨어난 유교수는 속히 김이상의 전화번호를 찾아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김 군인가? 그래그래...! 지금 어서, 내 교수실로 오게!”

 

 

 

 

 

 

 

김이상이 유일권의 교수실로 들어섰을 때, 그 곳에서는 이미 유 교수 외에도 여러 교수들이 모여 있었다. 김이 교수실로 들어서자 교수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질렀다. 옆에서 누군가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학장이었다.

 

자네가 김이로군! 우리 학교의 명예를 빛내줘서 정말 고맙네!”

 

학장은 감격에 겨워하며 김이상을 덮썩 안아들고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어정쩡한 표정의 유교수와 김이상을 한 팔에 한 명씩 껴안고 어쩔 줄 몰라했다.

 

저는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친구 겸손한 것 좀 보게나! 이제 자네는 스타야! 자네의 논문이 물리학의 꽃이 될거라구!”

 

제 논문이요?”

 

그래! 자네 논문! 어쩌다가 그런 천재적인 논문을 쓰게 되었나?”

 

그건... 유 교수님이 C+을 주셔서 만회하려고 제출한 레포트인데요...?”

 

좌중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오직 유교수의 표정만이 썩어들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런 획기적인 논문을 왜 국내 학회지에 제출했나? 이 정도 논문이라면 바로 국제학회에 냈었어야지!”

 

그게... 유 교수님이 논문 인용지수가 얼마 되지 않을거라고 하셔서요...”

 

이제 사람들은 웃지 않았다. 갑자기 잠잠해진 사람들은 일제히 유 교수를 향해 돌아섰다. 유 교수는 억지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 이상군도 참, 농이 지나치네. 원래 제1저자는 기여를 많이 한 연구원생 중에 형식적으로 이름을 다는 것 아닙니까?”

 

유 교수는 김이상이 발언하기 전에 선뜻 말순서를 치고 나왔다. “제가 김이상 학생을 지도했습니다. 참 훌륭한 학생이더군요... 제가 논문을 쓸 때 저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 역시, 그렇다면 이 논문의 공로는 유 교수에게 있었던 것이군. 축하하네 유교수.”

 

“... ...”

 

김은 이제야 상황이 파악이 되어 유 교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유 교수는 겸연쩍게 김에게 선심 쓰듯 말하였다.

 

, 수고가 많았네. 역시 자네가 큰 일을 해낼 줄 알았어.”

 

“..., , 저는...”

 

어떤가, 김이상군? 이제부터 내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해보지 않겠나?”

 

연구실이요?”

 

그래, 자네가 꼭 내 연구에 참여해주었으면 하네. 이번 연구도 벌써 세계의 유수한 저널 편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네.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구, ?”

 

무엇을요...”

 

“...같이 리히터의 정리를 최종 증명해내는 것이지!”

 

 

 

 

 

 

 

 

 

 

 

 

 

그래서, 유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려구?”

 

노원은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김이상의 주변을 선회했다. 함께 저녁 농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둘은 자정녘까지 함께 운동장에서 코트를 누볐다. 유 교수가 자신의 공로라고 사람들을 끌어모은 이후로 김이상을 괴롭히는 교수나 취재진은 더 이상 없었다. 이상은 자신의 논문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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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어제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로 잤네요.-_-ㅋ 헐... 소리와 함께 일어나서 일단 여기까지 올립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IP *.6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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