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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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간 인생은 없다. 우리는 어느 상황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구본형
푸른 하늘이 기분 좋아 동네의 공원을 한 바퀴 달렸습니다. 제대를 한 후 별로 달려본 기억이 없습니다. 매일 차가운 새벽에 일어나 억지로 달려야 하는 군대의 규칙적인 삶이 얼마나 지겨웠던지, 저는 부대의 문을 나서는 순간, 앞으로는 제가 누릴 수 있는 아침의 여유와 게으름을 마음껏 누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달리기는 한참 동안 멀어졌습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다시 또 다른 일상의 규칙들과 함께 제 삶은 조금씩 무거워져 갔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은 저만치 멀어지고, 해야 할 일들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저는 운 좋게도 사부님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책과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한 정신적 모험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가는 지금, 이제는 자신의 파란 바다를 찾는 혼자만의 낯선 여행을 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려는 순간, 저는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던 제 몸은 가벼운 달리기에도 여기 저기 신음소리를 냅니다. 지금의 불편함, 이게 아마 제 몸과 삶의 현재 상태이겠죠. 그러나 다음 번엔 좀 더 좋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차가운 바람에 하얗게 흩어지는 입김의 감촉이 제법 산뜻합니다.
변화의 시작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시도를 넘어 진정한 변화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자신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려 하는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거운 관성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비밀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쇠는 오직 당신 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이 곳에서, 바로 이 순간의 바람결을 느껴보세요. 진정한 변화의 바람은 그 어디도 아닌 당신의 내부에서 불어 나옵니다. 눈부신 미래의 강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영혼에서 흘러 나옵니다.
알베르 카뮈는 "자유는 삶의 순수한 불꽃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했습니다. 당신 안의 '순수한 불꽃',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당신 만의 존재 이유, 그것이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그럭저럭 견딜만한 노예 같은 일상'에 다시 주저앉으려는 당신을 일으켜 세워 진정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변화는 피 냄새 나는 혁명처럼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상쾌한 바람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절실해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지만, 또 즐길 수 있어야 변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당신의 영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바람결을 찾아보세요. 황금빛 사자 같은 바람의 잔등을 타고, 꿈길 속을 심장이 터져라 내달려보세요.
짧은 달리기를 마치고 아내가 기다리는 카페로 향하는 길, 동네 편의점 안의, 통닭집 안의 아르바이트 생 점원들의 무기력한 눈동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저도 지금까지 저렇게 슬픈 눈으로 하루 하루를 겨우 살아냈나 봅니다. 당신은 혹시 어떠신가요?
(2008년 1월 10일, 두 번째 편지)
* 죄송합니다. 메일 발송 도중 접속이 끊어져서 같은 메일을 두, 세번 받으신 분이 계실 듯 합니다.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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