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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5일 06시 39분 등록

눈이 쏟아져 온 산이 이미 다 하얀데 또 눈이 내려 그 하얌을 더 합니다. 눈 내리는 날 산으로 가는 우리를 보고 할머니 한 분이 ‘그게 청춘’ 이라며 부러워합니다. 한참을 오르다 바위가 있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나무 밑에 서서 눈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모든 소리가 침묵하고 시간은 멎은듯한데 눈만 소리 없이 쏟아집니다. 우리를 잊고 하나의 정물이 된 듯 눈 내리는 그림의 일부로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등에 촉촉이 젖은 땀이 차겁게 느껴질 때 가지고 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가득 부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눈 내리는 산의 중턱에 서서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며 나누어 먹었습니다. 라면발이 입술을 쪽 통과하고 국물이 꿀꺽 목구멍을 넘어가니 비로소 죽은 듯이 멈춰선 풍경이 다시 살아납니다. 밥이 있어야 삶이 즐거워집니다. 라면 한 사발에 우리는 웃고 기뻐합니다.

관조하는 풍경만으로는 삶이 턱없이 모자라고 그 속에는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삶을 살아가는 그 사람이 없으면 삶의 모든 풍광은 죽은 것이지요. 산을 내려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반 년 만에 보는 후배 하나가 내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배님, 더 좋아 지셨어요. 얼굴에서 빛이 나네요.”

아주 예쁜 아부군요. 그 아부가 결심을 하게 합니다. 눈 내리는 날엔 산에 가리라. 오래 된 그녀와 함께 산에 가리라. 배낭 속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 하나를 넣고 하루 종일 기뻐하리라.

(며칠 전 산 속에 내린 눈은 날씨가 추워 아직 녹지 않았습니다. 아이젠 가지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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