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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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2일,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승전이 한창이었습니다. 총 10발의 탄환 중 9발을 쏜 상황, 그 날 금메달의 유력한 후보는 미국의 매튜 에먼스(Mattew Emmons)라는 선수였습니다. 그는 아홉발째까지 2위 중국의 지아장보를 무려 3.0점 차이로 앞서며 멀리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모든 관중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 끝에 집중됩니다.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탕!"
10점! 총알은 보기 좋게 과녁의 중간을 뚫었습니다.
순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승리의 팔을 관중을 향해 높이 들어올리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전광판의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심판의 깃발이 올라갔고, 전광판에는 0점이 표시되었습니다. 에먼스가 심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자, 심판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총알은 옆 선수(크리스티안 플라너)의 표적을 통과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자신의 비전을 발표하는 시간에 저는 남학생들 대부분이 전공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재테크 전문가’가 되어 수십억의 자산을 가지고 싶어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였던 우리나라 20대들을 겨냥한 재테크 책의 영향이었습니다.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테크와 금융 지식에 미치라니요. 아니요, 저는 젊은이들의 최고의 종자돈은 '재능'이라 생각합니다. 펀드나 부동산보다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데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20대가 미쳐야 할 것은 재(財)테크가 아니라 자(自)테크입니다. 실험하고 모색하여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시대의 유행과 사회적 틀에 묻혀버린 젊은이들의 빛바랜 꿈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과녁을 찾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묶이면 다른 사람의 과녁을 맞추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어스름한 저녁,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지금 겨누고 있는 과녁은 어디인가? 그것은 진정 내 고유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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