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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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춤추는 별을 낳기 위해 자신 속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눈이 내립니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휘몰아쳐 눈이 창 밖에서 춤을 춥니다. 하얀 눈과 바람이 한데 어울려 벌이는 춤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릴 적의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마 대여섯 살 때쯤인가 봅니다. 미술 학원이었습니다. 저는 비 내리는 풍경을 그렸죠. 밑그림을 그리고, 비를 뿌렸습니다. 신나게 사방으로 마구 흩날리는 빗방울이었죠. 제 그림을 보고 한 선생님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비는 바람이 부는 대로 한 방향으로 내리는 것이란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면 어린 마음에 제법 충격이었나 봅니다. 그 때 아마 제 안의 어린 아이가 상처를 입었겠죠. 이후의 저는 제가 모르는 어른들의 규칙을 찾아내기 바빴습니다. 마음대로 그림을 즐기기 보단, 더 옳은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지루해졌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세상에 옳은 길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눈이 저렇게 휘몰아치듯 흩날리는데, 비라고 해서 사방으로 흩뿌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또 설령 한 방향으로만 내린다 해도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 속에서, 수많은 규칙들과 제약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건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마라!' 그러나 그 속에는 당신의 길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집을 사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매뉴얼 인생은 이제 더 이상 모범답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가지 진실만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따르세요. 당신의 심장이 들려주는 뜨거운 소리를 따르세요." 그것만이 옳은 길입니다. 당신의 유일한 길입니다. 마음껏 춤을 추세요. 신나게 빗방울을 뿌려 보세요. 당신은 이 세상에 주어진 단 하나의 당신을 살아낼 자격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오롯한 영혼만이 당신의 반짝이는 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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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이라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니 많이 반갑습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설 연휴 보내고 계신지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년 2월 7일, 여섯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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