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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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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3일 08시 4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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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게임 캐릭터를 그려봅시다. 그러기 전에 먼저 디자인이란 뭔가 동영상을 하나 보시죠."

 

이번주의 페인터 일러스트 수업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브러쉬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게임캐릭터를 하나씩 선정해서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어느 일러스트레이터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디자인해서 보여주고는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좀더 글자를 크게, 촛불을 더 많이, 눈사람을 더 많이, 눈사람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글씨를 조금 더 크게, 글씨의 모음을 더 넣어서 유쾌하게 .... 등등의 주문을 받아서 고쳐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너무 산만해보여서 좀더 깔끔하게, 심플하게 하는 등의 주문을 받았고, 결국은 초기안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한번 그리고 나면 크게 바꿀 수 없고, 여기저기 색을 조금씩 수정해다라라는 주문이 많기에 그것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배워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수업 첫시간 4시간 동안 열심히 스캐치를 하고 그렸습니다. 스캐치를 다 했다 싶은 사람은 색칠도 했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이번에는 지난주에 배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쓸 거니까 지금 칠한 색은 안된다고 하십니다. 스케치를 마쳤다면 모든 것을 흑백으로만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색을 맨 나중에 입힐거라고 합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니 검정, 회색, 흰색으로만 그림을 그리고도 나중에 색을 입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컴퓨터에는 레이어 기능이라고 있어서 한꺼풀씩 씌워가며 뭔가를 더해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캐릭터 디자인어들이 그림을 그려서 클라이언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주문이 옷 색깔을 이렇게 좀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형태와 색을 나누어서 그려서 나중에 있을 수정 작업을 쉽게 하는거죠.

 

게임 캐릭터 클라이언트들의 수정 주문을 보면, 사소한 것입니다. 그 사소함이 4시간, 8시간, 혹은 5일간의 작업이 되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림은 실제가 아닌 이미지(상상물)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이 자기 마음대로 바꿔보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아직은 실제의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어서, 상상의 세계에 있는 것이라서 이것저것 다른 상상을 해서 바꿔보는 겁니다. 그런 상상에 제일 먼저 연결된 것이 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덩어리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눈에 먼저 들어오는 색에 먼저 접근해서바꿔보는 거지요.  그렇게 상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바꿔보고 나서야 좀더 근본적인 것에 접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면, 그 캐릭터의 속성이라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디자이너는 게임캐릭터의 속성을 먼저 생각해서 형태를 잡았을 것이고, 그 속성에 부합하는 옷을 입히고 캐릭터가 살아갈 환경을 생각해서 아이템을 손에 들렸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나중에 보이는 게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리서 이것저것을 바꿔가며 실컷 가지고 놀아볼 수 있는 이미지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게임 캐릭터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만들어지기 전에 자기 마음대로 바꿔볼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이 이미지의 형태로 미리서 구현되긴 하지만,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보고 미리서 마음 속에 만들어 볼 수 있는 것들,  제안서,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라든가 하는 것들도 미리서 만든어보는 가상세계가 아닐까요? 이런 것들이 없다면 마음에 들 때까지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아주 많이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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