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 조회 수 278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삶은 우리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이리 뛰어 들어와요. 사는 것은 멋진 일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 그것의 사진을 찍을 뿐이다.”
- 러셀 베이커 (Russell Baker)
책을 읽다가 이 구절과 마주했습니다. 순간 벌거벗은 듯한 느낌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몇 달째 저는 그렇게 멀리서 삶을 관조(觀照)하고 있었습니다. ‘슬럼프’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걸어둔 채로 말입니다. 스스로가 처량해서 입을 틀어막고는 잠시 울었습니다.
그렇게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고상한 목적과 사명을 늘어놓으며 자신감이 충만하다가도, 한없이 게으른 일상에 분개하며 스스로를 질책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좋아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며 볼을 부비면서도, 문득 저 혼자임을 느끼며 속으로 흐느낄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해 낼 것 같다가도, 어쩌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에 두려워하며,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스스로를 돌보기조차 어려움을 깨닫습니다. 언제쯤 이 넘침과 모자람의 중간에서 호연히 서 있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타인의 시선과 비웃음, 어쩌면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랑 받을 만한 존재가 되지 못할 것에 대해,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많은 것들로부터 말입니다. 그래서 치열한 삶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닿지도 않은 먼 곳만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온전히 참여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테레사 수녀의 말대로, ‘어제는 이미 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의 삶에 뛰어들어 현재만을 위해서 사는 것,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즐기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인생을 잘 살려 하기보다 먼저 하루를 잘 살아야겠습니다.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오늘에 온전히 참여하여 살기를,
어제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절연되지 않기를,
순수함이 바닥을 드러내어 그 빛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6 | 네서스의 셔츠- 치명적 선물 | 부지깽이 | 2012.06.15 | 5155 |
395 | 시골 할아버지 | 최우성 | 2012.08.06 | 5155 |
394 | 그래도 가야 할 길 [2] | 문요한 | 2010.07.14 | 5156 |
393 | 상상이 나를 창조한다 | 문요한 | 2012.11.07 | 5156 |
392 | 오래된 고마움 [1] | 최우성 | 2012.03.19 | 5158 |
391 | 굿바이 외로움! | 최우성 | 2012.01.23 | 5160 |
390 | 사람과 책 | 승완 | 2012.04.24 | 5169 |
389 | 프리에이전트 독립선언문 |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 2006.07.04 | 5172 |
388 | 사랑은 스스로를 숨길 수 없다 | 구본형 | 2006.10.20 | 5179 |
387 | 문장은 끝이 나되 뜻은 끝나지 않았다 | 승완 | 2012.02.14 | 5182 |
386 | 사막에 꽃을 피워내신 그 선생님 1 | 김용규 | 2012.11.07 | 5183 |
385 | 차별적 전문성 [1] | 문요한 | 2012.04.18 | 5184 |
384 | 내가 만난 평범한 그 사람들 [1] | 부지깽이 | 2008.10.17 | 5187 |
383 |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뜻을 품을 때 | 문요한 | 2012.06.20 | 5189 |
382 | 104년만의 가뭄 | 김용규 | 2012.06.28 | 5189 |
381 | 꽃과 꽃샘추위 | 김용규 | 2013.03.21 | 5198 |
380 | 선택회피 증후군 | 문요한 | 2007.02.13 | 5206 |
379 | 나훈아 따라잡기 | 한명석 | 2007.02.08 | 5207 |
378 | 어떻게 ‘지나치지 않게’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는가? [1] | 부지깽이 | 2012.03.09 | 5214 |
377 |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 김용규 | 2012.09.06 | 5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