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 조회 수 3567
- 댓글 수 1
- 추천 수 0

‘탁’ 하고 무엇인가 책상위로 떨어졌습니다. 나침반입니다. 충격 탓에 바늘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하릴없이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늘이 움직이는 모양을 네 단계로 제법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득 그것이 ‘삶의 방향’을 찾을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혼돈: 나침반이 부딪히자 바늘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합니다
2) 모색: 천천히 돌다가 어느 시점에서 바늘은 꺾이고, 좌우로 몸을 크게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수렴해갑니다
3) 떨림: 한곳에 멈추기 직전, 바늘은 파르르 몸을 떱니다
4) 정착: 확고하게 멈추어 한곳을 가리키며 움직이지 않습니다
혼돈(Chaos)_ 저는 대학 4학년 때 실명(失明)을 경험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천재적으로 똑똑했던 형을 쫓아 하려다 무리하기 시작했고, 결국 잠을 거의 자지 않고 공부하다가 녹내장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저앉아 많이도 울었습니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색(Explore)_ 그 때에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되었지요. 그 때부터 ‘나의 길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저 자신을 알기 위해 이것저것을 치열하게 실험하고 모색해야 했습니다. 결국,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조합은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떨림(Tremor)_ 하지만 길을 찾았다 싶었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과는 다른 분야라는 불안함,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 가족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저는 한동안 움츠린 채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정착(Settle)_ 아버지의 조언으로 두려움을 이겨내었을 때, 비로소 저의 발견을 확고하게 일과 생활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찾은 것을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리더십 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흔들리는 나침반처럼 혼돈-모색-떨림-정착으로 귀결되는 춤추듯 찾아가는 여행: 이것이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거쳐가는 위대한 여정이 아닐까요? 그대는 지금 그대의 길 어디쯤에 와 있는지요?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77 | 작두를 타라! [1] | 문요한 | 2008.02.26 | 3588 |
3976 | 최초의 이미지 | 김도윤 | 2008.02.28 | 3720 |
3975 |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3] | 구본형 | 2008.02.29 | 3437 |
» | 춤추는 나침반 [1] | 박승오 | 2008.03.03 | 3567 |
3973 | 미래의 나와 동행하라! [1] | 문요한 | 2008.03.04 | 3367 |
3972 | 떨리는 눈빛 [2] | 김도윤 | 2008.03.06 | 3191 |
3971 | 편지 속의 편지 [1] | 구본형 | 2008.03.07 | 3243 |
3970 | 자아(self)라는 이름의 바다로 [2] | 박승오 | 2008.03.10 | 3507 |
3969 | 한달에 한번씩 뽕맞는 여인 [2] | 문요한 | 2008.03.11 | 3534 |
3968 | 문득, 눈 뜨다 | 김도윤 | 2008.03.13 | 3789 |
3967 | 알 수 없는 끌림 [1] | 구본형 | 2008.03.14 | 3401 |
3966 |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 | 박승오 | 2008.03.17 | 7376 |
3965 | 모든 문제에는 기회가 있다 [2] | 문요한 | 2008.03.18 | 3332 |
3964 | 창조적인 상상 | 김도윤 | 2008.03.20 | 3708 |
3963 | 작가는 인간에게 저항하는 동시에 그들과 함께한다 [2] | 구본형 | 2008.03.21 | 3179 |
3962 | 길 위의 철학자 [3] | 박승오 | 2008.03.24 | 3779 |
3961 | 당신도 'Late Bloomer'인가요? [2] | 문요한 | 2008.03.25 | 3448 |
3960 | 이미지와 텍스트 [1] | 김도윤 | 2008.03.27 | 4255 |
3959 | 당신의 아이는 무엇인지요 ? [1] | 구본형 | 2008.03.28 | 3314 |
3958 | 소망과 재능, 그리고 노력이 만나는 곳 [1] | 박승오 | 2008.03.31 | 33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