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 조회 수 318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닿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을 따자."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에서
올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늘 하고 싶어하던 공부였습니다. 그렇게 10년 전, 한참을 머뭇거리다 뒤돌아 섰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첫 수업 시간, 그 곳엔 예상 밖으로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중엔 제가 현재 일하는 분야의 대 선배님도 계십니다. 그 분의 얼굴을 모르는 저는 그 분의 성함과 자기 소개를 듣고서야 제가 예전에 읽은 책의 저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생 카피를 쓰셨던 그 분은 영상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곳에 왔다고 합니다. 어딘가 흔들리는 눈빛이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낯선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려는 눈이었습니다. 그 눈빛이 제 마음에 와서 박혔나 봅니다. 아직도 떨리는 그분의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는 걸 보면 말입니다.
*
조금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에 대한 많은 대답들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경', 즉 꿈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가 아닌 저기에 대한 동경. 그리움. 꿈. 희망. 상상…. 그런 것들이 우리를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익숙한 물에서 낯선 뭍으로 올라오게 했고, 안전한 숲에서 위험한 들판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기에 여전히 아름다운 존재일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계십니까? 늘 익숙한 그 곳에만 머물고 있다면 이제 발걸음을 한 번 옮겨 보세요. 어딘가 다른 곳, 늘 당신이 가고 싶었지만, 마음에만 품고 있었던 낯선 곳을 한 번 서성여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마음 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는지 잠시 음미해보세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던가요. 그 방황과 떨림의 순간이 당신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어제의 나'에서 '내일의 나'로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제 마음을 맴돕니다. "영원히 죽은 우리가, 이제 살아나기 위해, 다시 한번 죽으려 한다."
(2008년 3월 6일, 열 번째 편지)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9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9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9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3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6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5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