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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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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7일 10시 36분 등록

제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지요? 지난 한 주는 밤마다 잠을 설쳤습니다. ‘지금쯤 녀석의 기분이 어떨까?’ 생각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자리에 누우면 저를 통해 만난 그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괜히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 즐거운 상상은 토요일에야 끝이 났습니다. 그 날은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었습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군요. 대학에 입학하고 3학년이 될 때까지 제 성적은 거의 꼴지였습니다. 언제나 혼자만 노력파 같았고, 다른 모든 친구들은 천재 같았지요. 아무리 애를 써도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탓하며 홀로 외롭게 도서관에 앉아 있을 때에, 한 친구가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과에서 1등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와~~. 너 이 문제를 그렇게 금방 풀다니, 정말 천재구나!”

속으로 미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할 때면 늘 녀석은 제가 머리가 비상하다고 치켜세웠습니다. 너무 심하다 싶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신경 쓰였습니다. 한 학기가 지나고 제 성적이 조금 올랐고, “그것 봐, 넌 역시 머리가 참 좋다니까!” 라고 친구는 계속 말했습니다. 자꾸 반복되는 호들갑스러운 아부에 짜증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런가?’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기도 했습니다.

다음 한 학기가 끝날 때에 이르러서야 저는 친구의 말을 진심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제가 학과에서 수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제가 보지 못한 내면의 어떤 것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저에게 자신을 믿는 방법을 끈기있고 부드럽게 알려주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때 이후로 제 인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의 성품을 드러내듯, 결혼식은 화사한 의상의 젊은 남녀들로 무척 붐볐습니다. 축하 공연은 세 팀이나 참여했고, 사진 촬영 시간에는 신랑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두 번 나눠 찍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들 모두가 저처럼 가슴에 그 녀석의 따뜻한 말 한 마디씩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가 참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마음에만 묻어두었던 칭찬 한마디를 해야겠습니다. 누가 아나요? 조용히 마음에서 일어난 파문이 그 누군가의 삶을 천천히 그리고 통째로 바꿔놓을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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