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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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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0일 08시 40분 등록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상상이다. 그것만이 우리를 관념의 단계에서 현실의 단계로 나아가게 해줄 것이기에."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한차례의 큰 파도가 지나간 듯한 느낌입니다. 연구원 발표가 끝나고,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마음 편한 주말을 맞았습니다. 밀린 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았습니다.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존 버거와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습니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본, 나뭇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 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 갔다."

지난 시간이 스르르, 눈 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구체적인 행동은 없이 마음만 지나치게 앞섰던, 꿈은 저만치 내달렸지만 현실의 딱딱한 벽 앞에서 힘없이 주저 앉고 말았던, 마치 입김으로 데워진 나비처럼 쭈그러져버렸던 지난 날들이었습니다. 저 하늘 높이 날려보내고 싶었지만, 제 주위엔 미처 날지 못한 꿈의 주검들 뿐이었습니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 합니다. 사상이 애정으로 성숙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현장이며, 숲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상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까지의 아주 머나먼 힘든 여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끊임없는 실험과 실천을 통해 현실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현실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꿈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를 빠져 나온 나비처럼 푸른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창 밖으로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3월입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도,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채 하늘높이 쭈우 쭈우 열심히 물을 길어 올리는 저 나무들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고,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창조적인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8년 3월 20일, 열두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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