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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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후에 잠시 산에 올랐습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낮과 밤의 경계 쯤 산을 내려 왔습니다. 동쪽에 만월에 가까운 13일 달이 하얗게 떠올라 있습니다. 서쪽에는 해가 산 넘어가며 남겨 놓은 노을이 곱습니다. 지는 해와 막 떠 오른 달을 한 하늘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고 하나는 뜹니다.
바람골 돌 위에 앉아 잠시 둘이 그렇게 만나 이별하는 모습을 보다 내려왔습니다. 이별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함께 합니다. 그 황홀함이 책 속의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거부와 인간들에 대한 눈물의 호소 사이의 긴장이다. 작가는 인간에게 저항하는 동시에 그들과 더불어 함께한다. 이것은 지탱하기 어려운 태도이며 강렬한 열정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이것을 오래 지탱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주어진 세계를 창조한 세계로 대체하겠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세계를 공격적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않고서는 설득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류를 고발하고 통렬하게 비판하지만 인류에 의해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품어야하지만 세상이 원하는 것을 쓰지 않고는 읽히지 않는 고독을 감수해야합니다.
작가는 종종 자신의 어려운 길에서 성공할 때도 있습니다. 예술적 차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황홀한 체험입니다. 마치 달과 해가 한 하늘에 같이 있듯 주어진 세계와 창조하려는 세계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작가 ?A 아니라 누구나 현재의 삶과 바라는 삶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 몇 분 만이라고 그런 순간을 가지려고 애쓰세요. 조금씩 그 순간의 길이를 늘여 가세요. 마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듯이 말입니다. 즐길 수 있는 힘을 키우다 보면 더욱 더 많은 일상의 황홀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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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 돌 위에 앉아 잠시 둘이 그렇게 만나 이별하는 모습을 보다 내려왔습니다. 이별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함께 합니다. 그 황홀함이 책 속의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거부와 인간들에 대한 눈물의 호소 사이의 긴장이다. 작가는 인간에게 저항하는 동시에 그들과 더불어 함께한다. 이것은 지탱하기 어려운 태도이며 강렬한 열정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이것을 오래 지탱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주어진 세계를 창조한 세계로 대체하겠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세계를 공격적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않고서는 설득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류를 고발하고 통렬하게 비판하지만 인류에 의해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품어야하지만 세상이 원하는 것을 쓰지 않고는 읽히지 않는 고독을 감수해야합니다.
작가는 종종 자신의 어려운 길에서 성공할 때도 있습니다. 예술적 차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황홀한 체험입니다. 마치 달과 해가 한 하늘에 같이 있듯 주어진 세계와 창조하려는 세계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작가 ?A 아니라 누구나 현재의 삶과 바라는 삶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 몇 분 만이라고 그런 순간을 가지려고 애쓰세요. 조금씩 그 순간의 길이를 늘여 가세요. 마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듯이 말입니다. 즐길 수 있는 힘을 키우다 보면 더욱 더 많은 일상의 황홀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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