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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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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3일 09시 04분 등록



"눈은 몸의 등불이다. 만일 눈이 온전하면 네 몸은 빛으로 충만할 것이요, 눈이 온전치 못하면 네 몸은 어둠으로 가득할 것이라. 네 안의 빛이 어두워지면 그 어둠은 얼마나 큰 어둠이겠느냐." - 마태복음 中


무언가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입니다. 봄의 시작에서 제가 툭, 걸려 넘어졌던 겨울의 끝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한달 반 전, 제법 쌀쌀한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저는 카메라와 키 작은 삼각대를 들고서 낯선 동네의 골목길을 헤맸습니다. 시린 손을 비벼가며 무심한 골목 풍경을 담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풍경들 속에서 저는 끊임없이 되물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결국 그 날의 짧은 여행은 '푼크툼punctum'*을 찾아내지 못한 미완의 실험으로 끝이 났습니다. 미리 주문해 둔 탓에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의 씁쓸한 뒷맛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올 때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변화의 순간에는 꼭 장애물이 나타나나 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힘과 의지를 끌어내어야 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끈질긴 관성과 한바탕 피투성이 전투를 치러내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서 임계점을 넘어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다시 출발점에 섰습니다. 만일 지난 겨울, 짧은 여행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직도 이런 시도가 과연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되묻고만 있겠죠. 성공의 비결은 더 많은 실패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감았던 눈을 뜨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는 일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영화 '키즈 리턴'의 마지막 장면에 두 주인공이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이미 물 건너 간거지? / 멍청아, 아냐! 아직도 시작도 안 했어."

자, 아직 시작도 안 한 여러분들, 다시 한번,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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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푼크툼 :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제시한 사진 미학의 개념 중 하나. '점點'을 뜻하는 라틴어로 순간적으로 꽂히는 어떤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의미함.



(2008년 4월 3일, 열네 번째 편지)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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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4.03 10:11:39 *.254.14.234
두번 째 사진의 하늘 색깔, 푼크툼과 키즈리턴의 대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세 가지나 들어간 글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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