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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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상한 현상이 따라다닙니다. 책이 한 권 나오고 나면 어김없이 가벼운 불면이 시작되고 입 안이 터집니다. 책이 출간 된 이때 쯤 꼭 탈이 나고 맙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생각이 우연히 들어와 내 속에서 서로 부딪히고 조율되어 점점 커지다가 형체를 가다듬게 되면 돌연 쑥 빠져나가 한 권의 책으로 출산됩니다. 그리고 나면 나는 텅 빈 듯한 느낌이 듭니다. 책은 아직 젖은 몸으로 누군가에 의해 읽혀지기를 기다립니다. 그것이 내게 어떤 스트레스를 주는 모양입니다.
종종 나는 내가 책을 쓴다기 보다는 책이 나를 통해 자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작가에게 책이란 어떤 우주적 행위의 일종인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의 꽃씨가 나도 모르게 우연히 나에게 이식되어 뿌리를 내리고 커져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나 자신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듭니다. ‘나도 모르는 일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어떤 장소로서의 나'라는 생각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품고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작가는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내면을 탐험하는 탐험가입니다. 한 곳에 도착하는 즉시 다시 짐을 꾸려 다른 곳으로 출발합니다. 혹은 하나를 마치면 아직 따끈한 손맛의 흥분이 가시기 전에 다시 바다에 낚시를 드리우는 낚시꾼처럼 또 다른 생각을 낚으려 합니다.
봄이 우리를 선동합니다. 오늘은 대문 앞 커다란 화분에 가득 꽃을 심어둘까 합니다. 가장 화려한 꽃을 골라 보려합니다.
이 고운 봄의 금요일, 애쓴 자신에게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세요.
“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별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별이 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
책의 내용을 보고 싶은 분은 책의 표지 그림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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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이상한 일을 읽다보니 아이낳을 때 겪는 산통 혹은 아이낳고 겪는 산후통과 비슷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 금방 사라지고 까맣게 잊고 살잖아요. 맛난 것 먹고 푹 쉬라는 의미 아닐까요?
이번 책은 왠지 '개나리'이나 '프래지아'같은 느낌이 나네요.
따뜻하고 화사하면서 설레이기도 하는....
아이는 가임연령이란 것이 있지만 책은 그러한 제한이 없어서 낳고 싶을 만큼 낳을 수 있으니까 참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을수 없는 번식본능이 꿈틀대면 좋으련만 요즘은 책 써내려가는 속도가 영 아니다싶네요.
이상한 일을 읽다보니 아이낳을 때 겪는 산통 혹은 아이낳고 겪는 산후통과 비슷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 금방 사라지고 까맣게 잊고 살잖아요. 맛난 것 먹고 푹 쉬라는 의미 아닐까요?
이번 책은 왠지 '개나리'이나 '프래지아'같은 느낌이 나네요.
따뜻하고 화사하면서 설레이기도 하는....
아이는 가임연령이란 것이 있지만 책은 그러한 제한이 없어서 낳고 싶을 만큼 낳을 수 있으니까 참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을수 없는 번식본능이 꿈틀대면 좋으련만 요즘은 책 써내려가는 속도가 영 아니다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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