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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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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7일 08시 04분 등록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새내기들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은 매년 목련이 필 때 즈음 인적이 드문 바닷가를 찾아갑니다.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입니다. 신은 10분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장례식에서 혼령이 되어 모여든 조문객들에게 한마디씩 할 시간입니다. 오직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걸어온 인생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는 40대 중반의 사내입니다. 신문사 편집부 기자로 일하다가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원을 지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약간 왜소하고 쑥스럼을 타는 듯한 인상의 그는 처음에는 조금 냉소적으로 가르치듯 연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인생은 순간들의 합이다. 매 순간을 즐겨라” 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메아리 치는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너무 진지하게 살아온 것이 조금 후회스러웠던가 봅니다.

갑자기 그의 어깨가 들썩이며 떨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아내에게 한마디 하려고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깊숙이 떨군 채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결국 서둘러 말을 마치고는 벌떡 일어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아마도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지 못한 자괴감보다 더 컸던 모양입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택시 운전을 하며 4년째 주말마다 호스피스(hospice)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임종환자가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돌보는 일 말입니다. 오랫동안 그 일을 하며 그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무언가’에 대해 후회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단지 ‘잘 대해주지 못한 누군가’에 대해 안타까워할 뿐입니다.

삶이 사치스러울 때에는 단번에 죽음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씻겨나가고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입니다. 불이 꺼지면 비로소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루어갈 꿈들이 하나 둘 생명력을 얻기 시작합니다. 죽음 앞에서의 후회는 불이 켜지고 다시 삶이 찾아들 때 간절함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바로 그 때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됩니다.

오늘 밤 조용히 촛불 하나를 켜고, 슬픈 듯 잔잔한 음악을 틀고,
책상에 편안히 앉아 그대의 장례식 조문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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