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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8일 08시 54분 등록
산에 다녀왔습니다. 천지가 온통 꽃으로 가득합니다. 봄에 취해 넋 놓고 돌아다니다 집에 와 대문 앞에 서니 열쇠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가지고 나왔다고 여겼는데 그냥 덜렁거리고 나온 모양입니다. 담을 넘었습니다. 몇 년 동안 해보지 않았던 월장입니다. 우리 집 개 돌구가 매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아마 도둑 같은 주인이라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그 수상한 눈길에 씩 웃어 주었습니다. 문득 폴란드 시인인 쉼보르스카의 열쇠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에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하략)"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인류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너와 나는 누구도 만들어 내지 못한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그렇게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그 사랑을 잃으면 서로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마니까요. 아마 이 시를 잊지 말라고 나는 모처럼 담을 넘었나 봅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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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4.18 08:58:13 *.208.192.28
하하하~ 사부님. 담장을 넘어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다 뒤로 넘어갔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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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8.04.18 10:38:09 *.128.30.50
어제 대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다가 놓치고 말았습니다.
순간 저 놈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들어갈까? 하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다행히 담장을 넘진 않아도 됐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사부님 담장넘는걸 보았다면 뭐라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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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
2008.04.18 12:20:04 *.239.136.95
돌구의 눈빛이 자꾸 떠올라 웃음이 터졌습니다. 너무 만화같은 상상을 했나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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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19 15:12:13 *.36.210.11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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