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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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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1일 13시 37분 등록

"함 사이소~~~~! 함이요~~~~!"

목이 터져라 소리를 내지르자 아파트 발코니의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합니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에서 오징어 가면을 쓴 함진아비 말과 청사초롱을 든 마부들, 그리고 신부 친구들간의 즐거운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저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함팔이지만 오늘은 평소의 점잖음을 버리고 조금 미쳐보기로 결심합니다.

에라, 길거리에 큰대자로 드러누웠습니다. 거친 아스팔트 표면이 아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친구의 처제가 될 사람에게 뽀뽀를 해 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주위의 구경꾼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부추기자, 처제는 몸을 베베 꼬며 ‘쪽’ 하고 시늉을 합니다.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 귀엽습니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내어주며 집 앞에 당도하자 돌머리로 힘차게 박을 깹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어머니 은혜’를 열창합니다. 신부 어머니는 고개를 떨군 채 보일 듯 말 듯 눈물을 훔칩니다.

봉투가 제법 모였군요. 한데 모아보니 만 원짜리 신권들이 꽤나 두껍습니다. 순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허공에 확 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친구들은 두 손을 내저으며 말리지만,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휙' 하고 공중에 흩어버립니다. 나풀나풀, 푸른색의 종이들이 춤을 춥니다. 아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투덜대며 돈을 주어 모으는 친구들은 '조금 맛이 간' 친구의 엉뚱한 웃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피식 웃음을 짓습니다.

조금 미치면 인생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어른스럽기만 한 세상에서 때로 철부지가 되어보는 것은 참 즐거운 경험이군요. 인생을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개 우리는 불행해지기 때문입니다. 장길섭 목사님의 표현대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색다른 한 주 되세요.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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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8.04.21 18:08:07 *.47.107.83
우와우와~
이 편지 되게 맛있다 맛있어.

형은 뭐든 온전히 지대로 삶을 경험하는 거 같아서 보기도 좋고
많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그게 왜 잘 안 되지. ㅡ.ㅡ

단단해져 있던 내 마음이 말랑말랑, 싱숭생숭 발랄해졌어.
형 편지 고마워요,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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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4.23 11:21:46 *.218.204.42
늘 내가 도움 받는 것 같아 미안하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신웅아 밥먹자. 날짜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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