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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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윌리엄 스태포드(William Stafford)
변화경영연구소의 시(詩)축제에서 홍승완 연구원이 전해준 시입니다. 열 세 줄의 글 한편이 저의 한 주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편지에 옮깁니다.
간혹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는 공학도였습니다. 책 읽는 것을 익힌 당근을 먹는 것보다 더 싫어했고, 글짓기에서 흔한 상장 한 번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언제나 그 실이 있었습니다.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면 철썩 하고 따귀를 때려 희미한 그 실을 보게 했지요. 볼이 얼얼했지만, 그것을 붙잡아서는 먹고 살기가 시원찮을 것 같아 외면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철썩, 길이 닫혔습니다. 그제서야 등 뒤의 새로운 길을 향해 손을 뻗게 되었습니다. 가까스로 실을 붙잡자 묘한 떨림이 전해왔습니다. 그저 그 떨림을 쫓아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여전히 재능이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강렬히 전해오는 내면의 부름을 믿어야겠습니다. 소명에 완전히 뛰어들었을 때에만 자신의 재능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실만은 절대로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걸 깨닫게 하려고 이 시가 제게 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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