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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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수료식이 있습니다. 1년 동안 죽어라고 책을 읽어대고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잘 이수했다는 뜻의 조촐한 모임입니다. 이들은 이제부터는 1 년간 고독 속에서 자신의 책을 써내야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에 개별적인 수료증을 써 두었습니다. 지난 1년을 칭찬하는 대신 미래의 꿈의 한 쪽을 펼쳐 적어두었습니다. 말하자면 기원과 축하의 수료증인 셈이지요. 하나를 여기 소개해 보겠습니다.
벌판의 어린이 철학자 최정희
시골은 그녀의 미래다. 노동은 그녀를 정제한다. 흙은 깊이 숨쉬게 한다. 아이들은 신의 선물이다. 똘망똘망 잘 생긴 곡식 알갱이는 그녀의 기쁨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실험한다. 실험이 그녀의 취미다. 그녀는 가능성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위해 쉬운 철학책을 많이도 썼다. 아이들이 어른의 볼모인 것을 싫어한다. 그녀는 피곤해야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살아 숨쉬는 것이 축복이고 살아있음이 흥분이다. 그녀는 ‘나 중심, 사람 중심’의 시각을 떠나 ‘자연중심’의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배움에는 수료가 없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바로 배움입니다. 수료식은 없습니다. 또 다시 시작하는 의식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수료식은 출정식입니다.
1년 안에 그들은 고독한 산고를 겪으며 책을 한 권 씩 쓰게 될 것이고, 첫아이처럼 인생의 첫 책을 갖는 기쁨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첫 책은 두 번째 책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더 없이 좋은날입니다.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는 기쁨 하나를 오늘 시작하시기를 ! 먼 훗날 오늘이 바로 그 기쁨의 시작이었음을 축하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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