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 조회 수 361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선생님 댁에 백일홍과 금송(金松)을 심어 드렸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백일홍의 붉은색의 꽃을, 가을과 겨울에는 금송의 푸른 잎과 눈꽃이 한가득 피게 될 것입니다. 앞을 지날 때마다 연구원들을 떠올려달라는 귀여운 들붙음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5년 후의 자신에게 쓴 편지들을 타임캡슐에 봉인하여 묻었습니다. 나무에 우리들의 사진이 새겨진 동판을 걸고, 그곳에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이 나무 아래, 열세 명의 눈부신 꿈과 그것들을 세상으로 불러낸 한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심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라는 이 나무처럼, 천천히 그러나 매일 그 꿈들을 키워가겠습니다. 사부님, 사랑합니다.”
나무를 심으려 할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원에 자리가 부족하여 단풍나무 뒤에 조그만 금송을 묻었는데, 아무래도 햇빛이 가려 일조량이 부족할 듯 보였습니다. 연구원들의 꿈과 함께 자라날 이 나무가 행여 죽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그 때에 꿈벗이자 숲 생태 전문가인 용규형이 괜찮을 것이라 안심시켰습니다. 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는 빛을 향해 나아가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아.”
그렇군요. 이 나무는 서서히 망설이듯 시작하겠지만 꾸준히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고 뻗어 끝내 스스로의 밝은 공간을 차지하고 말 것입니다. 신의 음성이 크게 들리는 바로 그 지점까지 말입니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태어난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36 |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 종종 | 2022.06.07 | 641 |
4335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688 |
4334 |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 불씨 | 2023.11.15 | 694 |
4333 |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 어니언 | 2023.11.23 | 695 |
4332 |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 에움길~ | 2023.06.12 | 697 |
4331 | 역할 실험 [1] | 어니언 | 2022.08.04 | 706 |
4330 |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 어니언 | 2023.11.30 | 709 |
4329 |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 에움길~ | 2023.09.19 | 721 |
4328 |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 불씨 | 2022.12.14 | 724 |
4327 | [수요편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조직문화 | 불씨 | 2023.10.11 | 724 |
4326 |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 어니언 | 2023.12.28 | 728 |
4325 |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 에움길~ | 2023.10.30 | 730 |
4324 |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 불씨 | 2023.12.05 | 730 |
4323 |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운제 | 2018.12.06 | 733 |
4322 | 목요편지 - 거짓말 [2] | 운제 | 2019.03.15 | 736 |
4321 | 두 번째라는 것 | 어니언 | 2023.08.03 | 736 |
4320 | 목요편지 -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다 [3] | 운제 | 2019.01.03 | 737 |
4319 | 모자라는 즐거움 [2] | -창- | 2017.08.26 | 738 |
4318 |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 어니언 | 2022.09.15 | 740 |
4317 |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 불씨 | 2023.11.07 | 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