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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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댁에 백일홍과 금송(金松)을 심어 드렸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백일홍의 붉은색의 꽃을, 가을과 겨울에는 금송의 푸른 잎과 눈꽃이 한가득 피게 될 것입니다. 앞을 지날 때마다 연구원들을 떠올려달라는 귀여운 들붙음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5년 후의 자신에게 쓴 편지들을 타임캡슐에 봉인하여 묻었습니다. 나무에 우리들의 사진이 새겨진 동판을 걸고, 그곳에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이 나무 아래, 열세 명의 눈부신 꿈과 그것들을 세상으로 불러낸 한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심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라는 이 나무처럼, 천천히 그러나 매일 그 꿈들을 키워가겠습니다. 사부님, 사랑합니다.”
나무를 심으려 할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원에 자리가 부족하여 단풍나무 뒤에 조그만 금송을 묻었는데, 아무래도 햇빛이 가려 일조량이 부족할 듯 보였습니다. 연구원들의 꿈과 함께 자라날 이 나무가 행여 죽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그 때에 꿈벗이자 숲 생태 전문가인 용규형이 괜찮을 것이라 안심시켰습니다. 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는 빛을 향해 나아가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아.”
그렇군요. 이 나무는 서서히 망설이듯 시작하겠지만 꾸준히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고 뻗어 끝내 스스로의 밝은 공간을 차지하고 말 것입니다. 신의 음성이 크게 들리는 바로 그 지점까지 말입니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태어난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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