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3986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8년 5월 9일 06시 15분 등록

새벽에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려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책상 위에 아주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보는 순간 종이를 집어 누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너무 작아 내 속에 일었던 살의가 옅어졌습니다.

이 놈이 쏜살같이 내 노트북 위로 기어오릅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저도 가만히 나를 지켜봅니다. 몸길이가 겨우 50 미리나 될 까요 ? 꼭 개미처럼 생긴 거미였습니다. 그러나 다리는 꽤 길어 제 몸 보다 더 긴 것이 반으로 접혀있군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연필을 들어 그 위로 태워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놈이 잘 올라가지 않네요. 자꾸 다른 곳으로 도망갑니다. 그러자 나도 열심히 연필로 진로 방해를 해 봅니다. 드디어 이놈이 연필에 올라탔습니다.

나는 창문을 열기위해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이놈이 연필 위에서 스르르 밑으로 떨어지면서 거미줄을 만들어 내는군요. 비행기에서 밑으로 낙하하는 특수 부대원처럼 연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놈을 밖으로 내 보냈습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 까닭모를 즐거움은 어디서 올까요 ?

오늘 아침 작은 인연이 스쳐갔습니다. 그 작은 거미는 누구였을까요 ? 왜 우리는 잠시 서로 쳐다 보았을까요 ? 마음 속에서 거미줄 하나가 생겨나고 이내 수십 수 천개의 거미줄이 퍼져나갑니다.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군요. 내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군요. '네가 바로 그것이다'Tat tvam asi’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앨리스
2008.05.10 23:34:50 *.252.102.94
구선생님 글은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새벽에 거미를 보시고 얻은 깨달음이 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글로써 뿐만 아니라 정말 '시처럼 사는 삶'을 사시네요.

그 자유를 얻은 거미와 구선생님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불끈(^^) 듭니당!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언젠가 제가 실천으로 옮기게 되면 이야기 소재의 출처는 꼭 만천하에 밝히겠습다!!ㅎㅎ
프로필 이미지
soonguk
2008.05.14 16:19:09 *.157.132.47
구본형선생님, '변화경영이야기'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빌려 읽었습니다. 꼭 사고 싶은데 절판이더군요. 보관하고 계신 것이 있으면 016-690-2096으로 문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순국드림
프로필 이미지
구본형
2008.05.15 08:31:01 *.160.33.149

변화 경영이야기는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로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재출간 되었습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역시 을유문화사에서 재출간 되었습니다. 모두 지금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soonguk
2008.05.16 17:11:35 *.157.132.47
네~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579
4335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594
4334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599
4333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602
4332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613
4331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619
4330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26
4329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643
4328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644
432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647
4326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어니언 2023.12.14 650
4325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651
4324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에움길~ 2023.09.25 651
4323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652
4322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53
4321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658
4320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불씨 2022.12.14 662
4319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어니언 2022.09.15 668
4318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670
4317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