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도윤
  • 조회 수 3154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8년 5월 15일 08시 54분 등록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지구별에 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우리는 잠자기 위해서, 꿈꾸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지." - 아즈텍 시인, 작자 미상


이것은 실제의 여행이자,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말, 시골에서 가족 모임이 있어 부모님 얼굴도 뵐 겸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서로 길이 엇갈렸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제 탓인데,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헛걸음을 했던 하루 동안의 여정이 잠깐 동안 꿈을 꾼 듯 합니다.

*

서른 두 살이 되었습니다. 생일이 지난 다음날, 부모님을 뵙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서로 길이 엇갈렸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임에도 화는 나지 않고, 문득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열차 시간이 남아 낯선 곳에서 한 낮을 걸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정오의 삶을 예고하듯, 햇살이 따갑게 내려 쬡니다.

낯선 도시의 중심에 서 있는 전망대가 보였습니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케이드로 구성된 어두컴컴한 재래시장을 지나 눈이 부신 언덕을 오릅니다. 전망대의 꼭대기에 올라 사방을 둘러봅니다. 이상하게도 그 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창 밖에는 낯선 도시의 풍경이 마치 제 인생 전체인 듯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한 낮을 걸어 기차 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꾸벅 꾸벅 졸면서, 아직 환한 창 밖을 내다보면서 맥주를 마십니다. 푸른 맥주 캔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Let yourself go.' 사소한 우연들이 모여 제 일상을 구성합니다. 매일 똑같은 길인 듯 한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낯선 길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저는 지금 인생의 한 낮을 향해 걸어 가고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정신 차리고 가야겠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늘 비워두겠습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우연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구별에 오게 된 이 기적 같은 행운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2008년 5월 15일, 스무 번째 편지)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이철민
2008.05.15 19:29:07 *.17.245.197
오늘,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곧장, 바다를 보러 산으로 갔습니다

이내, 오르니 정상까지 한 달음입니다

정상에서

가쁜 숨을 한 번 고르고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 바다가 있습니다

여기 저기서 파도가 일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내 눈도 던져 놓았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너무 푸르고 맑은 깊은 바다를 찾았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640
4335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86
4334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689
4333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692
4332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95
4331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704
4330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705
4329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717
4328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불씨 2022.12.14 721
4327 [수요편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조직문화 불씨 2023.10.11 721
4326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724
4325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725
4324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728
4323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운제 2018.12.06 731
4322 목요편지 - 거짓말 [2] 운제 2019.03.15 734
4321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734
4320 모자라는 즐거움 [2] -창- 2017.08.26 736
4319 목요편지 -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다 [3] 운제 2019.01.03 736
4318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737
4317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