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 조회 수 4275
- 댓글 수 4
- 추천 수 0
![](http://www.bhgoo.com/sopark/pray.jpg)
아들에게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려 오면서, 그것이 마치 부모의 무능력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승오 자신의 노력으로 본인은 빛나는데 주위환경이 너무 내세울 것이 없어서, 아들이 부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요즘 여자애들의 결혼조건이 어떻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움을 줄 처지가 아직은 못되었음이 가슴 아프다. 앞으로는 형편이 풀리겠지만, 그때까지 형과 네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듯해 어쩔 줄 모르겠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 만나서 제대로 사귀지도 않은 사람과 집안 형편 때문에 헤어졌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몇 번씩 가슴을 치셨을 어머니 생각을 하니 슬픔이 밀려옵니다. ‘부모 마음’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마음이 폐부 깊숙히 스며듭니다..
든든한 배경이요? 어머니의 이 마음만큼 든든한 배경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부모의 능력이요? 평범했던 아이를 이렇게 빛나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혼조건이요? 행여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원을 가꿀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처지라구요? IMF를 겪고 우리가 이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습니다. 강하게 맞잡은 당신들의 두 손 때문입니다.
시인은 기도합니다.
“제게 배고픔을 주소서 / 오, 권좌에 앉아서 이 세상에 / 명령을 내리는 당신네, 신들이여. / 수치와 실패로 쫓으시어 나를 / 부귀와 명성의 문에서 떨치소서 / 그러나 작은 사랑 하나 남기소서 / 길고 긴 외로움을 깨뜨리며 / 하루가 끝나갈 때 내게 말 건네줄 목소리 하나. / 어두운 방 안에서 잡아줄 손길 하나 ” – 칼 샌드버그, <창가에서>
어두운 방, 저를 붙잡아 주는 작은 손길 하나가 당신임을 기억하소서. 제게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나갈 이유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당신 때문임을 기억하소서.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말고, 무엇에도 아파하지 말고, 그저 오래도록 제 곁에 있어주소서.
댓글
4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프로필 이미지](/2011/modules/pxeboard/skins/PXE_flat_board_list/img/default/comment/avatar.gif)
옹박
승완형, 김광진의 '편지'는 나도 아주 좋아했던 노래인데 이런 가사인줄 전혀 몰랐어. 와 닿는다. "억지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가려고 할 필요는 없나봐.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그 친구 덕분에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 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데... 고마워. 언제나 형의 조언은 정곡을 찔러.
정화누나, 뭔지는 모르지만 누나가 연구원 전보다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쪽으로요. 특히 요즘 그걸 더 느낍니다. 제가 초반에 좀 오해했었지만 누나 참 좋은 사람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집니다.
현주씨, 선배라는 호칭 이상해요. 동갑끼리. 소풍 끝나면 말 트고 지냅시다. 행사 준비하면서 현주씨 알게되어서 참 좋네요. 토요일에 내려가면서 이야기 많이 합시다. 격려의 글 고마워요.
정화누나, 뭔지는 모르지만 누나가 연구원 전보다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쪽으로요. 특히 요즘 그걸 더 느낍니다. 제가 초반에 좀 오해했었지만 누나 참 좋은 사람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집니다.
현주씨, 선배라는 호칭 이상해요. 동갑끼리. 소풍 끝나면 말 트고 지냅시다. 행사 준비하면서 현주씨 알게되어서 참 좋네요. 토요일에 내려가면서 이야기 많이 합시다. 격려의 글 고마워요.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96 | [라이프충전소] 꿀잠 프로젝트를 가동합니다 [4] | 김글리 | 2022.09.02 | 848 |
3895 | 일상에 스민 문학 - 마키아벨리 <군주론> | 정재엽 | 2017.09.20 | 849 |
3894 | 목요편지 - 사람은 변하는가 | 운제 | 2018.08.30 | 849 |
3893 | 철학은 처음이시죠? - 서양철학 [1] | 제산 | 2019.07.23 | 849 |
3892 | [금욜편지 122- 책쓰기는 인생전환이다] | 수희향 | 2020.02.07 | 849 |
3891 | [월요편지 95] 두려우니까, 그래서 두 명 [1] | 습관의 완성 | 2022.02.14 | 849 |
3890 | 하찮지만 하고 싶으니까 [2] | 어니언 | 2022.08.25 | 849 |
3889 | [수요편지] 워라밸 | 불씨 | 2023.12.13 | 849 |
3888 | [금욜편지 46- 신화속 휴먼유형- 안티고네형 3- 유형분석] | 수희향 | 2018.07.20 | 850 |
3887 | [화요편지] 10년 만에 열어 본 타임캡슐 리뷰 [3] | 아난다 | 2019.02.12 | 850 |
3886 | 목요편지 - 자기답게 사는 법 | 운제 | 2020.05.28 | 850 |
3885 | 소점포에 ‘컨셉 Concept’이 필요한 이유 | 이철민 | 2017.11.23 | 851 |
3884 | 65세, 경제적 문제없이 잘 살고자 한다면?(2편-국민연금) [2] | 차칸양 | 2018.10.02 | 851 |
3883 | [화요편지] 새해 첫날 띄우는 사랑의 기쁨 [10] | 아난다 | 2019.01.01 | 851 |
3882 | [용기충전소]실패를 장렬히(?) 무찌르는 법 | 김글리 | 2020.05.28 | 851 |
3881 | 이제 막 인생2막에 발을 디디려는 너에게 [2] | 차칸양 | 2017.10.24 | 852 |
3880 | [화요편지] 보내지 않을 편지 | 아난다 | 2019.06.25 | 852 |
3879 | 목요편지 - 아! 가을인가 | 운제 | 2019.09.06 | 852 |
3878 | [수요편지] 영상언어의 범람에 대해 | 불씨 | 2023.09.06 | 852 |
3877 | 백스물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실수 | 재키제동 | 2017.11.17 | 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