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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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 T. S. Elliot
지난 주말, 워크샵이 있던 날 아침,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로 지친 몸을 일으켰습니다. 샤워로 무거운 졸음을 내쫓고 환한 아침 햇살과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물이 빠져 갯벌이 훤히 드러난 서해 바다와 육지 사이의 둑 위에 서서 제 그림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 곳에 서서 어제 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역시 조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어딘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한 회의는 자신을 지치게 했습니다. 저는 회의를 하다 말고 문득, 견고한 요새와 같은 주위의 임원과 팀장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갑자기 '난 여기에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깊디 깊은 의문이 밀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죽었습니다. "개구리처럼 삐걱! 소리를 내며"* 죽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평생,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한 졸업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래도 오늘 하려던 일을 하고 싶을까?' 하고 말입니다. 연달아 "아니요!"라는 대답이 며칠 계속 나올 때는 뭔가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서해안의 막막한 갯벌에 저는 망설이던 자신을 버려두고 돌아왔습니다. 조금 아쉬운 듯 하여 예전의 나를 위한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두었으니, 이제 마음껏, 또 한번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 신동엽, '강' 中
(2008년 5월 22일, 스물 한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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