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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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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9일 06시 55분 등록



"사다리의 다음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는 시선을 들어 멀리 볼 생각도, 여행할 때처럼 주변을 둘러 볼 생각도 하지 못한다." - 찰스 핸디


싱가폴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찌는듯한 한여름 속으로 미리 들어갔다 온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은 그 여행에서 남은 몇 개의 기억 조각을 여러분과 나눠 보려 합니다.


#1. 택시 운전사 할아버지

공항으로 향하는 길,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 대화를 택시 운전사 할아버지께서 들으셨나 봅니다. 제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이렇게 말씀합니다. "나도 3,40대는 포부도 있고 그랬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되어 버렸네. 길만 찾아 헤매다가 하다가, 이러다 인생 종치는 거 아닌지 몰라. 아니, 뭐, 벌써 종쳤지 뭐… 이를 우짤꼬!"

저는 무슨 말을 해 드려야 할지 몰라, 말없이 창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2. 오직 이 곳, 이 순간

싱가폴의 한 낮, 뜨거운 태양 속을 걸었습니다. 빌딩 사이를 헤매다 강이 내다 보이는 보트키의 허름한 야외 식당에서 맥주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햇살이 가득 내려 쬐는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의 땀을 식혀줍니다. 천장에 매달린 은색 풍경이 바람에 차르르, 울리고, 저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킵니다. 짧은 일체감이 온 몸을 감쌉니다. 노트의 짧은 메모엔 그 순간의 느낌이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나는 오직, 여기에 있을 뿐이다. 오직 이 곳, 이 순간에…"


#3. 어두운 정글 속으로

싱가폴 동물원의 나이트 사파리를 갔습니다. 어두운 열대 우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여러 낯선 야생 동물들을 만났습니다. 동물과 사람 사이에 벽이 없으니,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녀석들의 집에 제가 무단 침입한 듯한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수달, 바비루사, 하이에나, 날다람쥐 등을 구경하며 마치 영화 속의 탐험가가 된 듯, 어둠 속을 걸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나무 흔들 다리 위에서 난데없이 조셉 캠벨의 깊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를 지탱해 주고 견디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지탱해주고 견디게 해주는 무언가를 나는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지탱해 준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나를 넘어지게 하는가? 이것이 신화, 즉 내 삶을 구성하는 신화가 내놓는 실험이다."

갑자기 이 어두운 정글이 하나의 거대한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누구나 자신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자신의 영혼을 환히 밝히는 빛은 바로 자신의 깊은 어둠 속에 있습니다.



(2008년 5월 29일, 스물 두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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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안나
2008.05.29 10:53:41 *.229.240.139
살다보면에 시 한편을 올려두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중이였습니다. 좀 더 밝고 행복한 느낌의 시를 올려도 되는데 왜 그렇게 우울한 시를 올렸는지 화가 났습니다.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고 무겁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였습니다.

전 아직 어둠 속에 있습니다. 온전히 삶의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제게는 많이 부족합니다. 즐겁고 행복에 가득찬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거부감이 먼저 생깁니다. 아직은 그들의 마음에 공감할 능력이 제게 없습니다. 가끔은 제 자신이 온갖 오물과 더러운 것들로 가득찬 쓰레기통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윤님의 말처럼 이 어둠 속에서 영혼을 밝히는 빛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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