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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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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6일 05시 19분 등록

어제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갔습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사소한 일이라 무엇 때문에 다투게 되었는지는 벌써 잊었습니다. 어쨌든 아내가 제법 싸늘한 눈초리로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당신은 생각이 없어. 이 무뇌야."

무네 ? 무내 ? 생각이 없어 ? 무뇌 ? 그러니까 뇌가 없다는 뜻이군요. 순간 깡통이 연상되며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거예요. 머릿속에 뇌가 텅빈 머리가 떠오르더군요. 내가 아내를 쳐다 보았을 때 이미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나는 뇌가 텅빈 그 빈 깡통에 파란 바닷물을 담아 보았습니다. 흰구름 한 조각 뜬 하늘도 담아 보았습니다. 설악산 계류를 담아 보기도 했지요. 만발한 들꽃을 가득 꽂아 두기도 했습니다. 뇌가 깡통처럼 비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군요.

2년 전에 초아 선생이 나를 처음 보고 '일산'(日山)이라는 호를 써 주었습니다. '해 떠오르는 산'이라는 뜻인데, 뜻이 너무 커서 감히 자주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내게 딱 맞는 호를 하나 지어 주었습니다. 무뇌 구본형. 언젠가 죽을 때쯤이면 이 호가 '무내'로 바뀔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내 - 내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일산이라는 호도 맘에 듭니다. 내 앞이마가 좀 벗겨졌기 때문에 해 떠오르 듯 반짝일테니 일산이라는 호도 제격입니다. 일산이라는 호도 살면서 더 자주 써 보아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호가 없는지요 ? 아내나 남편에게 하나 지어 달라고 그러세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지어야겠군요. 쉬는 날은 호 짓기 좋은 날입니다. 나는 오늘 내 빈 깡통 속에 흰 국화를 가득 담아두겠습니다. 오늘 내 머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꽃을 꽂을 수 있는 화분이군요.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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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6.06 10:31:00 *.36.210.11
어쨌거나 장터와 아주 썩 잘 어울리는 대화 같아요. 이북지방의 사투리 같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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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연미
2008.06.07 12:56:19 *.77.167.119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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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규
2008.06.11 15:18:52 *.240.81.161
날마다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
어제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늘 구본형 선생님의 삶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자주 들러 지혜의 샘물 한 바가지씩 마시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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