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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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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9일 01시 51분 등록



”매번 발표를 할 때마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하는 눈빛과,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엄지 손가락!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고 정신 없이 빨리 뛰고 있는 심장에, 그것은 차분함과 편안함을 갖도록 해주는 진정제 같았습니다.”


12주간의 과정이 끝나고 제가 맡은 한 대학반이 수료를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제게 편지를 보내어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이 맛에 강의를 계속하나 봅니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편지들이 모두 제 첫 번째 손가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수강생이 무대에서 발표를 하면 뒤에 서서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곤욕스러웠던 저의 옛 경험 때문에 발표자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나온 무의식적인 반응입니다. 손가락 하나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도 학생들 역시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책이 스스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 줄 것이라 믿던 때가 있었습니다. 도달하지 못할 무리한 기준을 세우고는, 선을 넘지 못하면 심하게 자신을 쏘아붙이곤 했지요. 잠시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종국에는 언제나 깊은 상처를 입고야 말았습니다. 자책이 영혼을 수렁석으로 밀어넣는다는 것을 깨닫자, 이번에는 자책하는 것에 대해 자신을 또다시 심하게 꾸짖고 있었습니다. 정말 못말립니다.


미디어가 활짝 열리고 영웅적인 사람들이 세상의 구석까지 알려지면서, 우리들은 그들의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들에 주눅들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었지요. 제게 처음 그런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저만 홀로 구제 불능의 실패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모든 인류가 참가하는 끔찍한 여행에 저도 함께 승선한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입니다.


언젠가 올림픽 공원에서 본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Cesar Baldaccini)의 작품이 생각납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그 손가락은 마치 세상을 향해 ‘우리,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라고 달래는 것 같았습니다. 단지 아주 조금 서툴 뿐인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자극이 아닌 격려입니다.


*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홍승완입니다. 박승오 연구원이 1주일 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혹시 박승오 님에게 이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내시는 분들께서는 이 점 참고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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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6.09 22:37:51 *.252.102.69
홍승완님, 잘 읽었습니다. 그 엄지조각도 사진으로 또 새롭게 작품으로 탄생했네요 - 멋집니다. 아래 덧붙인 설명도 동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마음을 나누는 편지'답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좋은 격려가 되었나요? ^^)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좋은 의도의 답글이나 댓글도 참 좋은 격려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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