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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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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2일 09시 01분 등록



"칠흑 같은 밤이 대해大海에 놓여 있다." - 베르길리우스


오늘은 두 개의 동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하나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플라톤의 국가편에 나오는 '동굴의 우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느 사진 작가 분과의 술자리에서 들은 '동굴 탐험' 이야기입니다.


#1. 동굴의 우화

입구는 보이지 않는 길고 경사진 동굴 안, 태어날 때부터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동굴 속 의자에 팔 다리와 목이 묶여 있어 오직 자신의 앞에 있는 동굴 벽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들 뒤에는 모닥불이 불타고 있는데, 모닥불과 구속된 사람들 사이에는 다양한 물건들을 나르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동굴 벽에 다양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 의자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보고 듣게 되는 것은, 다만 모닥불에 의해 만들어진 왜곡된 그림자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의 울림 뿐입니다. 그들은 이 외의 다른 것을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만 그들이 보고 듣는 것이 참된 현실, 혹은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됩니다.

만일 그들 중의 누군가가 의자에서 풀려나게 되면 우선 모닥불을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모닥불을 직접 본 적이 없는 그는 눈에 통증을 느끼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풀려난 이들 중 오직 소수만이 차츰 그 빛에 익숙해져, 동굴 벽에 비쳐진 그림자가 다만 여러 물건 혹은 인형의 그림자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해방의 여행을 시작하여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의 강력한 빛이 내리쬐는 실재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눈이 부셔 눈을 뜨지 못하던 그는 어느덧 빛에 익숙해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과 태양을 보게 됩니다.

조금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야기이지만, 이 우화를 다시 접하면서, '나는 과연 이들 중 누구일까?' 자신에게 되물어 보았습니다. '의자에 묶여 있는 순진한 사람일까? 물건을 나르며 그림자를 만들어 '그들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하고 싶은 장난꾸러기 일꾼일까? 우연히 풀려났지만 눈이 너무 아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길 원하는 불쌍한 사람일까? 동굴 안의 사람들은 절대로 믿지 않을 바깥 세상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 누구일까?'


#2. 동굴 탐험

끝이 있음이 알려진 긴 동굴이 있습니다. 그러나 입구 쪽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일반인에게 폐쇄되어 있어 가 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의 호기심은 끝이 없기에, 마음이 맞는 몇 명이 모여 몰래 동굴의 끝을 찾아가는 금지된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의 어둠은 시간을 아주 길게 느껴지게 만듭니다. 가도 가도 시간은 흐르지 않고, 좁은 동굴 속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는 박쥐들은 공포심을 더해줍니다.

문제는 끝에 도달하기 얼마 전, 거의 어둠의 공포가 극에 다다른 의심의 시간입니다. 한참을 걸어왔지만 끝은 보이지 않고, 그들 중 아무도 끝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분명히 이 동굴의 끝이 있다는 것은 머리 속으로 알고 있지만, 혹시 어둠 속에서 막다른 길로 잘 못 접어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가고, 그렇게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가자는 이와 계속 가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의 내분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진실의 순간'에 만약 당신이 동굴 안에 있다면,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저는 숨막히는 어둠의 공포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진 작가 분은 이런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몇 걸음만 더 가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나, 사람이 되지 못한 구미호가 그렇게 많은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동굴의 입구를 열심히 찾고 계신가요? 아니면 동굴 속에서 어둠을 더듬고 계신가요? 물론 동굴의 끝에서 찬란한 빛의 터널을 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와 같이 동굴에서 어둠 속을 헤매고 계시다면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그 '조금'이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일단 꿈꾸기 시작했으면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뒤돌아 서기 전, 잠시 멈춰 서서 당신이 동굴의 입구를 찾아 헤매던 힘든 방황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당신이 여기에 서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소중한 길의 끝이 바로 당신이 서 있는 이 곳입니다.



(2008년 6월 12일, 스물 네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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