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2월 18일 10시 28분 등록

네 작은 실수에 야단을 쳤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실패를 한단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너의 늑장을 다그치고 있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망설인단다.

모든 일엔 신중함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울고 있는 너를 안아주지 못했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서러울 때가 있단다.

맘껏 울 줄 알아야 맘껏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두려운 시도를 자꾸만 강요하는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때로는 겁쟁이란다.

세상을 이기기보다 세상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짜증을 내는 너를 원망했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자주 화를 낸단다.

나를 좀 더 사랑해 달라는 또 다른 표현인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엄마만 찾는 너를 귀찮아 했구나.

얘야, 사실은 엄마도 나의 엄마가 그립단다.

어른이 되어도 엄마 품으로 숨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엄마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애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하지만 얘야, 이것만은 알아줘.

엄마는 너를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단다.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은 적이 없단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걸 놓은 적이 없단다.

얘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아내에게 온 카톡문자 중에서)

 

=

 

지난 주 종강이었습니다. 기말고사를 마친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를 싫어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험을 잘 못 보았다고 하길래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했더니 아이가 그럽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그래서 시험을 잘 보는 게 왜 중요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좋은 대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당연한 이야기를 왜 물어보느냐는 듯이 반응을 합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아이의 말을 100%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90% 인정을 해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10%에 대한 이야기, 나이 들어서 자신의 꿈을 찾아 헤매는 창조적 부적응자인 벗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었습니다. 그들에게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흐름은 거의 모든 판단의 기준이 돈으로 수렴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낸 기성세대에 속한 사람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한 해 동안 같이 했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습니다. 어떤 친구는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어떤 친구들에게는 떠오르는 생각이 별로 없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잔 소리 같은 카드를 다 쓰고 나서 내가 이런 카드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의 생각을 그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하고 잔소리를 한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아버지 교육을 수료했습니다. 아버지 교육을 받으면서 느꼈던 것이 아이를 대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아내와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가장 기본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부분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에 인용한 글처럼 자신을 자꾸 잊어버릴 때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릴 때 아이들을 야단치게 되겠지요.

 

인용한 글에서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잊은 적이 없지만 잘 생각해보면 수시로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을 야단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내년에는 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과 화해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 넘쳐서 남에게 흘러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IP *.169.188.3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화요편지]자신을 포장하는 것 [2] 햇빛처럼 2012.04.10 2442
212 [수요편지] 꿈 준비 인생 [2] 탑거인 2012.04.11 2290
211 [목요편지] 여행 [2] 깊고맑은눈 2012.04.12 2288
210 [금요편지] 나는 왜 쓰겠다고 했을까? [8] 쇠북 2012.04.13 2284
209 [월요편지] 모닝 페이지와 저의 새벽.... [1] 새벽산책 2012.04.15 2294
208 [화요편지]부전자전. [1] 햇빛처럼 2012.04.17 2296
207 [꿈벗 37기] 첫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요! [3] 라비나비 2012.04.17 2306
206 [수요 편지] 나에게 하는 약속 [1] 탑거인 2012.04.18 2420
205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들에게로 향하다. [6] Ganadi 2012.04.18 2665
204 [목요편지] 봄꽃과 땡땡이 [6] 깊고맑은눈 2012.04.19 5833
203 금요편지[오만과 편견] [2] 효인 2012.04.20 2354
202 떡 - 김영태 file LittleTree 2012.04.20 2923
201 [월요편지] 말하는대로..... [1] 새벽산책 2012.04.22 2492
200 [화요편지]망미역(望美驛) [1] 햇빛처럼 2012.04.24 2769
199 [수요편지] 숲을 기다리며 [2] 탑거인 2012.04.25 2302
198 아름다운 봄날 - 결혼을 앞둔 벗 승완에게 [1] LittleTree 2012.04.25 2570
197 [목요편지] 사랑한다 말해보세요 file 깊고맑은눈 2012.04.26 2612
196 [금요편지] 봄 빛 [1] 효인 2012.04.27 2549
195 [월요편지] 꿈벗 소풍을 다녀와서... file [1] 새벽산책 2012.04.30 2383
194 [화요편지]성장이란 file 햇빛처럼 2012.05.01 2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