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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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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8일 13시 1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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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6년 5개월, 서울숲>

 

 

지난 가을, 민호의 친한 친구가 두 발 자전거를 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탔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경우 국민학교 고학년에 가서야 자전거를 탄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곱살도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나보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전!"을 외치고 민호의 네 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었습니다.

민호도 함께 "도전!"을 외쳐주었습니다. 친구가 했다는데 경쟁심이 생겼겠지요.

 

자전거를 끌고 넓은 공터를 찾아갔습니다.

뒤에서 엄마 아빠가 교대로 잡아주고 한 시간 넘게 연습을 했답니다.

잠깐 몇 미터는 혼자 타는데 오래는 힘들더군요.

몇 번을 넘어지고 울고, 다시 격려하고 시도해보았습니다.

   "처음엔 다 그렇게 넘어지는 거야, 연습하다보면 된다니까"

이렇게 말은 했지만 한 번의 연습으로는 잘 안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잡아주는 엄마 아빠가 지쳤지요.

쉬면서 음료수도 마시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왔습니다.

다시 '도전!' 하기로 약속하고요.

 

일주일 정도 지난 후, 민호에게 물었습니다.

   "자전거 연습하러 갈까?"

민호는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두 발은 너무 힘들어. 그냥 네 발이면 좋겠다."

순간 전 고민을 했습니다.

강하게 연습시켜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게 만들 것이냐,

좀더 기다리며 스스로 준비가 될 때 까지 기다릴 것이냐

.

.

.

   "지난 번에 많이 힘들었구나. 그럼 다시 보조 바퀴 달까?"

민호가 환하게 웃으면 "응!" 합니다.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민호의 때가 오기를.

 

다시 네 발을 단 자전거를 타고 민호는 씽씽 달렸습니다.

이번엔 멀리 서울숲까지 갔습니다. 시원한 강바람과 단풍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너른 하늘도 눈에 들어오고 새들도 사람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민호는 저 만치 갔다가 아빠가 안보이면 자전거를 세워 둔 채 달려옵니다.

환하게 보름달처럼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는 다시 자전거를 탑니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경쟁하겠지요.

다른 아이들이 학교도 가기 전에 한글을 뗐으니까, 벌써 영어를 배우니까,

남들이 그림책 전집을 사니까, 커다란 레고 세트가 있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렇다고 "아빠는 학교가서 한글 배웠고, 영어는 중학교때 배웠다.

책도 귀했고, 장난감은 돌맹이랑 딱지면 최고였다! 그래도 이렇게 잘 컸다!"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미개인 취급을 합니다. "지금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

 

무관심을 교육적 자세로 포장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집중해서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스스로 뭔가에 깊이있게 파고 드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감정을 놓치면 부모들만의 경쟁이 됩니다.

아이들은 왜 해야하는 지 모르는 경쟁에 힘들어 할 것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의 저자 스캇 팩 박사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이 끓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 줄일 수도 넘어갈 수도 없는 시간 말입니다.

부모와 아이와의 시간을 다른 사람이나 물건으로 대신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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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전거를 가르치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요즈음 계속해서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기다림"입니다.

물이 끓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 - 요즘 전기포트는 효율이 너무 좋아 금방 끓기는 하지만 - 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건 아마도 사진을 찍으면서 바라 보았던 사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읽어보는 연습을 하는데 쉽지 않네요.

아이들의 특히 여자 아이들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저 같이 둔감한 아빠가 알아차리기는 참 힘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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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또한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는데 민감하지 않아 고민이지요.

나중에야 알아차리는 형광등이랄까.

그래서 글을 쓰며 되새기는지도 모릅니다.

딸 둘 아빠의 일상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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