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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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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0일 07시 05분 등록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산행을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구름처럼 그 든든한 허리를 차로 한번 휘감아 보고 되돌아 왔습니다. 평일이라 차가 없어 산청에서 중산리로 빠지는 59번 산길도로는 우리를 위한 전용도로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무성하여 짙고, 하늘은 장마가 갓 지나 수채화처럼 밝습니다. 인생이 꽃 터지 듯 신납니다.

우리는 모든 차창을 다 열어 젖혔습니다. 그리고 볼륨을 올려 음악이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 위로 천둥처럼 울리게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앉은 채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한 때는 여름처럼 흐드러졌습니다. 오늘을 사랑하라.

브테이크가 없다면 차는 달릴 수 없습니다. 그건 자살이니까요. 가속기가 없으면 차는 차가 아닙니다. 이상하지요. 멈출 수 없으면 달릴 수 없고, 달리지 못하면 더 이상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랑은 비극이고 열정으로 타오르지 못하는 사랑은 타기도 전에 식은 재와 같습니다. 오늘만을 너무 사랑하면 내일이 불안하고, 내일에 너무 매이면 오늘이 고통스럽고 너무 지루합니다.

그러나 고민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차를 운전하듯 그렇게 살면 되니까요. 달릴 때는 아우토반처럼 죽을 듯 달리고, 앞 차와 너무 가까우면 속력을 줄여 거리를 유지하고 천천히 흐르는 물결 속에 놓아두세요. 그러나 늘 그때 그 자리를 사랑하세요. 바로 옆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세요. 일상의 지루함조차 앞으로 터질 듯 몰아쳐 올 폭풍우의 전조처럼 즐기세요. 그건 마치 롤러코스트가 절정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잠시 동안의 평화로운 고요니까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어떤 상황이든 늘 이렇게 말하세요. 오늘을 사랑하리. 그 단명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리. 오늘의 모든 것을 사랑하리. Love Today.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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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효
2008.06.20 09:45:00 *.241.31.178
짧으면서도 산뜻하고 감동적인 글이네요.
장마가 잠깐 후퇴했는지
금빛 햇살 빛나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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