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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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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3일 20시 37분 등록

편지가 많이 늦었습니다. 쓰고 싶고 써야 할 것 같은 글이 있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 어제부터 글감만 붙들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 앞에서 제 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심한 자괴감 속에 잠에 빠져들었고, 오늘 회사를 무단결근 하게 되었고, 편지를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제게 꿈이 생겼습니다.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기반한 살아있는 꿈입니다. <힘껏 배우고 스스로에게 실험하여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 것> 그것이 제게 온 소명이었습니다. 저는 확신과 기대에 부풀어 올라 있었고, 당당하게 지금의 직장에 입사했습니다.

그러나 제게 던져진 것은 하찮아 보이는 다른 일이었습니다. 저는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기업의 대표 전화로 전화를 걸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일은 제가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지만, 1년 반쯤 지나자 그것도 시들해졌습니다. 입사할 때의 그 확신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꿈벗과 연구원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제게 살아있다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가 하는 일에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저는 이방인처럼 홀로 떠돌았습니다. 성실치 못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몇 번의 경고도 받았지만, 저는 내심 무시하며 제 꿈을 위해서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많이 외로웠습니다.

지난주에 기업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다른 분야로 옮긴다 하여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라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제 내면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저는 말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꿈을 핑계로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하고 있던 저입니다.

“일이 주어지는 모습을 보면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다. 하나를 밟아야 다음으로 오르게 되어있는 구조 말이다. 지금 단계의 계단을 밟지 않고는 다음 층으로 오를 수 없다. 계단은 도약을 허용하지 않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천천히 한발 한발’ 이라는 성실함은 모든 비상과 도약의 기본적 토대다.” – 구본형,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친해지는 법> 컬럼 中

내일은 제 생일입니다. 저는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일에 올인하여 승부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현재 주어진 일이 어떠한 형태로든 꿈으로 가는 작은 계단으로 존재할 것임을 믿습니다. 신이 제게 살아있는 소명을 주었을 때, 그저 약을 올릴 이유로 현재의 일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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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8.06.24 00:17:31 *.120.66.244
그러냐.
생일 축하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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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6.24 11:29:34 *.209.35.133
이방인처럼 홀로 떠도는 것~~ 그것 내 특기인데 ^^
그러나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모든 출발과 질문은 '창의적인 부적응자'에 의해 이루어져왔다는 것.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고, 멈추지도 말고
내 안에 들어오는 작은 직관을 따라가!

작은 행복이 함께 하는 생일날 되기 바래.



보통 영웅의 모험은 무엇인가를 상실한 사람, 자기 동아리에게 허용되어 있는 정상적인 경험에는 무엇인가 모자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의해 시작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모험에 뛰어들어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기가 상실한 것 혹은 생명의 불사약 같은 것을 찾아 헤맵니다. '신화의 힘'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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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6.24 16:53:27 *.127.99.16
승오씨 생일 축하해.
멋진 축하의 말을 썼는데, 클릭하는 순간 접속이 끊어져서
메시지가 날라갔네.
그래도 다시 쓸게. 아마 지금 쓰는 것이 승오씨에게 더 필요한 메시지가 될 지도 모를거야 (라고 위안하면서..).

내가 아는 승오씨는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사는 멋진 남자지.
연구원을 하는 동안은 그게 승오씨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어.
그래서 우선 순위를 당분간은 거기에 둔 것이고,
승오씨는 올인했지.
회사일까지 다 잘하려고 하지 않은 건 올바른 판단이었어.
둘다 완벽하려고 했으면 아마도 둘다 제대로 못했을거야.

그리고 지금, 승오씨는 회사일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한 거지.
무엇을 선택하든 그대의 숭고한 미션은 흔들림이 없고,
그대는 한 계단 한 계단 가까이 가고 있지.
어떤 선택을 하든, 승오라는 사람은 변함없이 승오이지 않을까.

생일에 축원하는 것은
그대가 이 세상에 와준 걸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그대가 속한 세상이 그대 때문에 어제보다는 더 아름다와지길..
그런 인생이 되길 바래.

나도 그대의 편지를 통해 영감을 받는 여러 사람 들 중의 한 사람인 걸 잊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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