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형
- 조회 수 3885
- 댓글 수 1
- 추천 수 0
태안반도 어느 바닷가 팬션에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강연을 했습니다. 나는 이 정도 수의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껴안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전직하여 새로운 경력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수많은 과거를 가지고 그곳에 오게 된 사람들이지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을 모두 즐기며 우리는 아주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는 차를 몰고 길이 끝나는 곳 까지 들어 갔습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바다로 가는 길은 곧 바다에 이를 것 같았지만 가도 가도 쉽게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서쪽 땅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땅끝마을은 남쪽의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쪽의 끝에도 있습니다. 그곳에는 '만대땅끝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었지요. 그곳에서 나는 '꾸지나무골'로 접어들었습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7월의 시작이지만 바다는 참 시원했습니다. 땅끝에서 바다를 느낍니다. 소리와 정취와 냄새와 율동을 함께 즐깁니다.
작은 언덕에 서서 바다를 즐기는 동안 내 가슴 속에서 크리스토퍼 로그의 시가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벼랑 끝으로 오라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벼랑 끝으로 오라
너무 높지만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가 밀었다.
그러자 그들이 날아올랐다. .
무더운 어느 날 땅의 끝에 있는 바다 앞에 서 보세요. 그저 하염없이 바다로 바다로 향해 가세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가장 멀리 바다로 향한 작은 반도의 끝으로,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을 때 까지 가세요. 아무리 무더워도 바다에는 늘 크고 작은 바람이 일고, 그것이 우리가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을 믿게 됩니다.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354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1263 |
| 435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1268 |
| 4352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1287 |
| 4351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1329 |
| 4350 |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 운제 | 2018.10.18 | 1378 |
| 4349 | [일상에 스민 문학] 에필로그 [4] | 정재엽 | 2018.12.26 | 1387 |
| 4348 |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 수희향 | 2019.05.24 | 1398 |
| 4347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1399 |
| 4346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 정재엽 | 2018.08.15 | 1402 |
| 4345 | 목요편지 - 요가수업 [2] | 운제 | 2019.05.09 | 1406 |
| 4344 | 개들은 모르는 것을 보면 짖는다 | 옹박 | 2017.10.16 | 1413 |
| 4343 | 누리는 걸까, 소비당하는 걸까 [1] | -창- | 2017.09.09 | 1414 |
| 4342 | 목요 편지 - 회상 [1] | 운제 | 2018.11.01 | 1414 |
| 4341 | 짜라투스트라가 내 일터에 걸어 들어온다면 | 장재용 | 2020.03.18 | 1418 |
| 4340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1421 |
| 4339 | 목요편지 - 북수꽃이 피었어요 [3] | 운제 | 2019.02.21 | 1422 |
| 4338 | 목요편지 - 5월을 열며 [1] | 운제 | 2019.05.02 | 1422 |
| 4337 |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운제 | 2018.12.06 | 1423 |
| 4336 | [금욜편지 98- 내가 만드는 나의 미래] | 수희향 | 2019.07.26 | 1424 |
| 4335 | [일상에 스민 문학] 2019년의 다짐 | 정재엽 | 2018.12.19 | 14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