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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5일 06시 26분 등록

새벽은 어느덧 나와 가장 친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나는 밤이 절정을 지나 몸을 뒤척이는 지점 쯤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다보면 밤이 서서히 물러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완강한 어둠은 물러날 기세가 아니지만 별들이 파리한 빛을 흘리다 하나씩 사그러 들고, 저항 할 수 없는 기세로 빛은 서서히 세상을 채웁니다.

어제 나는 창가에 서서 저녁이 비처럼 쏟아져 드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이내 어두어 지고 미친 듯 비가 쏟아져 내리는 여름 밤이 매우 특별했습니다. 밤은 포도처럼 검고 신비합니다. 어둠은 사람들의 본능과 욕망을 깨워 꿈틀거리게 하고 낭만과 위험으로 가득한 밤으로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이내 밤은 새벽에 이르게 되고 새벽은 서서히 하루를 다시 빛으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새벽은 밤샘 파티를 끝내고 늘씬한 몸매에 명품 드레스를 걸친 지친 여인이 졸린 몸으로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내린 그 자리에 유난히 일찍 출근하는 부지런한 워커홀릭 한 사람을 태웁니다. 새벽은 이렇게 두 개의 이질적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마치 강물이 바다와 만나 듯 가장 비옥하고 창조적인 삼각주를 형성합니다.

어둠의 마지막 절정이 새벽 안개 속으로 격렬하게 남은 모든 것을 쏟아낼 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무아지경에서 빠지게 됩니다. 전력을 다해 새벽 두 세 시간을 쓰고 나면 이미 아침으로 넘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엄청난 허기가 몰려옵니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전에는 새벽이라는 이 매혹적인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 지 잘 몰랐습니다.

새들은 새벽을 사랑합니다. 지저귐으로 하루의 생명을 시작하는 새들처럼 나도 새벽을 사랑합니다. 일어나자마자 몇 줄의 글을 쓰는 것은 새가 깃털을 골라 황금빛 햇살을 안으로 구석구석 흘러들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벌써 투명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하루가 맑고 투명하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의 어디엔가에 당신이 영원히 잊지 못할 빛나는 순간이 숨어 있기를 바랍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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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25 09:53:51 *.36.210.11
아침 글쓰기를 도와줄 애인을 구해야겠어요. 누구와 하자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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