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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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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7일 10시 56분 등록


 
“거대한 별의 등장에 뒤이어, 다이아몬드의 빛처럼 영롱한 두세 가닥의 길고 변화무쌍한 빛살들과 상쾌한 아침 공기 아래로 사방에 흘러내리는 하얀색 광채의 발산으로 초현실적인, 이 한 시간, 그리고 일출.” - 월트 휘트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막연한 충동에 이끌려 밤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수가 종착역인 무궁화호는 밤새 객실에 불을 밝힌 채 달렸습니다. 제 양쪽에 앉은 할아버지 두 분은 저를 사이에 두고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닭다리를 뜯었습니다. 자리를 바꿔드린다고 해도 한사코 만류하시더군요. 자다 깨다, 그렇게 환한 밤을 달려 남쪽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바닷가에서 해가 뜨길 기다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향이 바닷가임에도 아직 한번도 아침의 해돋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새해 아침에도 새벽 바다는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처럼 낭만적이진 않았습니다. 발 아래의 바위 틈으로는 시커먼 갯강구가 우루루 몰려다니고, 해뜨기 전의 모기들은 온 몸에 달라붙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럼에도 동쪽 하늘은 조금씩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습니다. 고요히 숨죽이고 있던 세상이 활기를 뛰기 시작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 새들이 아침을 열며 부지런히 바다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저는 분주히 카메라로 그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시간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는 아침 풍경이 황홀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땀을 식히며 시커먼 바위에 부딪히는 푸른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검은 모래톱을 어루만지는 하얀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결코 지루하지가 않네요. 언제나 온 몸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부딪히며 하얀 찰나의 꽃을 피워냅니다. 때로는 강하지만 또 한편으론 부드럽기 그지 없습니다.
 
쉼 없이 꿈틀거리는 저 파도처럼 싱싱한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하나의 기적같은 순간들을 온 몸으로 즐겨야겠습니다. 그렇게 매순간 제게 다가운 새로운 문들을 힘껏 열어젖혀야겠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이희석이 자신의 첫 책을 세상에 냈습니다. 방 안이 수천 권의 책으로 가득 차 있고, 푸른 이십 대를 책과 함께 공부하며 보낸 그다운 책입니다. 진심을 담아 축하합니다.
 


 

 

(2008년 8월 7일, 서른 두번째 편지)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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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13 10:50:01 *.36.210.234
마지막 구절은 사우 '창'에게 주고 싶다.

그대의 사진이 언뜻은 석양 같고 또 밝아오는 아침이었네.

여명...

어두운 밤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났다. 종이 울리고 닭이 울어도 나에겐 오직 밤이었소. 당신과 처음 만난 그 날이 나에겐 새벽 이었소. 당신의 눈에 여명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소. 멀어져 가는 방랑길에서 나타난 그대 모습에 환희에 젖어 지친 몸으로 당신께 기도 하리라. 신이여 나 당신께 감사합니다. 실로암 내게 주심을. 나 이제 영원히 그 꿈 속에서 깨이지 않게 하소서.( 이 노래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오늘, 희석이 첫 책 축하 모임에서 볼 수 있지? 꼭 나오시게. 그대 호탕한 웃음소리 여명처럼 아주 듣기 좋아... 멋진 도윤 선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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