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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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제법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의 전에는 긴장되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맨손체조를 해야 겨우 무대에 설수 있습니다.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는 채로 말입니다. 무대로 나설 때마다 저는 자신감을 달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는 응답 같은 것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신은 그런 방식으로 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제가 하나 물어보도록 하죠. 누군가가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심을 발휘할 기회를 주시려 할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신은 용기를 줄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줄까요?”
- 영화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
이 말이 왜 이리 가슴을 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간의 응답 받지 못한 기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말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생각해보니 무대에 서면서부터 이미 저는 자신감을 발휘할 기회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기도하기 전부터 신은 제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기회를 주신 것이었군요.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하여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라 믿지 않습니다. 신의 손길은 언제나, 그리고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신은 항상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기도하려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이미 주어진 기회’ 였음을 몰랐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책을 쓰라고 권고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아직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만큼 많이 알거나 성숙하지 못했다고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마음속으로 깊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이었지요. 그런데 책을 쓰는 것이야 말로 더 많이 배우고, 성숙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주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쓰지 않은 책의 출판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금 제 책상 앞에는 계약서가 붙어있습니다. 성숙해질 기회가 이제 눈 앞에 놓였습니다. 이런 동시성(Synchronism)이 놀랍습니다. 신은 이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말을 하는가 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바로 그 순간의 기회를 잘 살펴야겠습니다. 그리고 자주 기도해야겠습니다. 많이 기도할수록 많은 기회를 얻게 될 테니까요.
9월의 첫날입니다. 기도로 하루를 여는 한 달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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